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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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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살짝


BY 今風泉(隱秘) 2003-07-03

7

일요일 아침 난 여느날과 같이 빵집앞으로 갔다.
그런데 문이 닫혀 있다.
17일도 아닌데..문이 닫혀 있다니...
무슨일일까?
나의 발걸음은 자동으로 민아네 집으로 가고 있었고. 걸어가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몸이 아픈건가....

대문을 열고 들어 섰다. 인기척이 있는 것 같은데...

"이모~!"

대답이 들리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평상시 목소리는 아니다.
마루를 올라서 윗방을 보니 그녀가 머리를 싸매고 누워 있다.

"왜 그래요 이모?"
"응, 몸살인가봐..저기 요 앞 약방에 가서 쌍화탕하고 몸살 약좀 지어다 줄래?"
"예, 그런데 민아는 어디 갔어요?"
"응, 신안동 할머니 댁에 갔지 어제.."

괴로워하는 그녀를 보며 얼른 약을 사와야겠다고 나서는데 그녀가 나를 불러 세웠다.

"저기..돈 가져 가야지.."
"아 저 있어요"

난 달음질쳤다.
약방에서 자세히 설명을 하고 약을 샀다. 그리고 쌍화탕을 식지않게 가슴속에 품고 되돌아 걸었다.
쌍화탕 열기가 따끈거린다.
그려, 혼자몸으로 하루도 쉬지 않고 장사를 하다보니 아플만도 하지...
어서 자라서 그녀를 편안하게 해주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나를 더욱 빨리 달리게 했다.

"여기요, 어서 드세요.."
"그래, 고마워 나좀 일으켜줘"

나는 망설였다. 그녀를 안아서 일으켜 세우라는 말이기에 환자라는 생각보다 여자라는 두려움으로 떨고 있었나 보았다.

"자, 머리를 조금만.."
"예..이모"

누운 그녀를 안았다 그리고 힘을 준다. 몸이 부르르 떨고 있었다. 뜨건 그녀의 체온이 내 전신으로 전도 되었다.
이럴수가 있었구나. 정말 처음이었다. 그녀를 안아보고 싶던 꿈이 이렇게 이루어지다니..

"왜? 내가 무거워? 손이 떨리는 것 같네..."

그녀가 내 속내를 알아차렸나 아픈 중에도 검연쩍게 웃고 있었다.

"아뇨, 아프다기에 하도 놀래서 그런거봐요..."

난 그렇게 변명했지만 다음에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저, 약 먹여줘바."

나는 그제야 조금 정신을 차리고 약과 쌍화탕을 따서 턱에 바쳤다.
그녀가 입을 벌리고 있다. 나는 얼떨결에 조제약을 그녀의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쌍화탕을 입에 물렸다. 그녀가 마신다. 내 팔에 기댄 그녀의 체온 탓인지 땀이 나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안왔으면 큰일 날뻔했네. 어제 저녁부터 계속 잠만 잤잖아. 가위도 눌리고 온몸이 쑤셔서 죽을뻔 했어"
"네..."
"고마워 정말 고마워"

그녀의 눈빛이 정말 고마운 빛이다.

"누우세요.."
"응...알았어. 살갗까지 다 아프네. 몸살 이렇게 지독하게 걸리기는 첨이네.. 몸이 약해졌나봐.."

나는 엉거주춤 하고 있었다.
그녀가 상을 찌그린다. 그리고 몸을 뒤척이면서 신음을 낸다. 온몸이 쑤시고 아픈 모양이다.

"좀, 주물러 드릴까요?"

나는 불쑥 그렇게 말했다. 몸살난 사람들을 치료할 때 주물러 주는걸 보아 왔기 때문인 것 같았다.

"미안해서..."
"아녀요. 이렇게 누워 보세요..."

나는 그녀의 다리서부터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 시원해! 아이고 아이고.."

내 손이 닿을때마다 그녀가 신음소리를 냈다.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다. 환자를 두고 미친짓이겠지만 그 때의 나로서는 그런 것을 감당할 만한 능력이 없었다.

"음!"
 내 입에서 신음 같은게 나왔다. 아무리 참으려 했지만 입밖으로 나오는 신음소리 때문에 너무도 긴장이 됐다.
그녀가 양팔을 벌린다.
팔다리 몸까지 그녀는 모든데를 내게 맡겼다. 나는 떨림을 최대한 억제하며 그짓(?)을 즐기고 있었다.

"됐어..그만해"

식은땀이 난 것인가 등줄기에 땀이 흠뻑 젖었나보다.

"저기 식탁에 빵 있어 가져와봐 나하고 같이 먹자 응"
"예..."

약기운에 좀 회복되었는지 그녀가 먹을 것을 찾았다.
나와 그녀는 마주 앉았다.

"자, 내가 먹여줄까? 아 해!"

그녀가 빵 한조각을 찍어서 내 입에 댄다.
얼떨결에 입을 벌렸다.

"착하기도 하지. 올해 열일곱살이라고 했지. 다 컷네 이제 어른 같아..."
"......."
"내가 뭐 해줄거 없어?"
"네?"

그녀의 눈속에 우수가 서려 있었다.

"뭐든지 해주고 싶어. 언제든지 말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다 해줄께"

그녀가 갑자기 귀엽다는 듯 내 볼에 연지를 찍었다.
너무 당황한 난 그냥 얼어 붙었다.
넋이 나간 나를 그녀가 잡아당긴다. 그리고 그녀의 이마를 내 이마에 대고 부벼댄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은혜를 뭘로 갚나.."

그녀의 음성에 눈물이 석여 있는걸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얼떨결에 그녀의 손을 잡았다.
정말 황홀한 간호였다. 잊지 못할 병간호였다. 그녀의 몸살이 나에게는 정말 큰 행운이었다.

그녀가 기운을 차렸는지 이불을 걷고 일어서려 한다. 나는 얼른 그를 일으켜 세웠다.
나를 잡고 일어난 그녀는 아마도 화장실로 가려는가 보았다. 나는 그녀를 부축했다.
움직일때마다 그녀의 유방이 나에게 살짝살짝 닿았다.
정말 다시 말하지만 그녀의 몸살병은 나를 더욱 뜨겁게 연모의 모닥불 속으로 집어 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