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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욜 오후다. 민아네 빵집이 문을 닫았다. 웬일일까?
내 발걸음은 그리로 옮겨가고 있었다.
민아네 집은 가게에서 좀 멀다. 빵집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네거리의 횡단보도를 건너면 D대로 가는 길이 있다. 그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다보면 세탁소가 나온다. 세탁소에는 꼽추부부가 살고 있다. 세탁을 워낙 정성껏해서인지 동정심 때문인지 이 일대 사람들중에 그 세탁소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민아내 대문은 파랗다. 대문이 서슴없이 열려 있다. 밀치고 들어 가니 집안이 너무 조용하다. 오늘이 뭔날인데 가게도 문을 닫고 어디를 간거지...어디 아픈가?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벽에 걸린 달력 하나가 눈에 들어 온다. 오늘이 몇일이더라. 17일...아! 그렇구나!
민아네 가게가 있는 시장은 매월 한번씩 쉰다. 시장 모두가 문을 닫고 정기적으로 쉬는 날이 매월 17일이다. 그날이 오늘인걸 내가 미쳐 생각하지 못하고 빵가게 문닫은 것에 놀라서 여기까지 달려온 것이다.
민아네 모녀 신발이 댓돌위에 나란히 놓여 있다. 나는 살금 살금 도둑괭이처럼 마루쪽으로 다가 갔다. 민아라도 나와서 나를 맞아주려나..그러나 너무 조용하다. 숨소리하나 들리지 않고 펌프샘 옆으로 자란 맨드라미만 붉은 잎새만 흩날린다.
여름을 지키는 꽃 수국도 담밑에 도란도란 얘기하고 열매 다 떨군 살구나무만 헛잎 푸른러 실바람에 살랑 유희하면 쓰르람 매미라도 울었으면 더욱 좋을 것 같은 오후 햇살이 붉게 대지를 달구는데....
난 마루를 올라 섰다. 그리고 안에 누가 있나를 살펴야 했다. 안방문이 빨좀히 열렸는데 아무도 없다.
윗방쪽으로 까치발을 하고 살금살금 발을 옮기는데...
오! 그 여자가 침대위에 누워 낮잠을 자고 있다니.
난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안방쪽으로 발을 옮겼다. 가슴이 이다지도 두근거리단 말인가...
한달만에 찾아온 휴식의 망중한을 낮잠으로 자고 있는 성숙한 여인의 침상을 본 소년의 가슴이니 얼마나 황홀한 혼란에 빠지겠는가.
돌아서 가자고 생각은 했지만 맘과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나는 다시 그녀의 침상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발가락도 예쁘지...종아리도 어찌 저리 통통할까...사과빛인가 복숭아 빛인가 상상해보지도 못한 속살을 본 소년의 가슴 그리고 이제 막 복받쳐 오는 남자의 근원이 불룩해지는게 느껴졌다.
만약에 깨서 물으면 민아 공부시키러 왔다고 하면 될거고....
몰래보는 여인의 풍만함은 충동이고 감동이고 주체할 없는 체험이고 함성이었다.
침이 꼴깍거렸다. 그녀가 이따금 움직일 때마다 또 다르게 보여지는 살갗들에 숨이 막혀 왔다. 어디선가 물이 쏟아지는가 보았다. 끈적거리는 경험없는 물이 배출구를 찾아 달라고 애걸복걸 하나보았다
소년은 그날 여인의 허벅지를 보았다. 연분홍색 팬티를 보았다. 그리고 보일 듯 말듯한 풍만한 여인의 젖가슴을 눈으로 음미할 수 있었다.
포르노라곤 없던 시절에 혼자만 훔쳐본 여자의 속살은 날마다 나에게 달콤한 환영으로 다가왔다.
더구다나 엄마 없이 자란 나로서야 여자의 풍만한 젖가슴에 대한 진저리처지는 향수가 있었기에 그 날의 감격은 너무도 짙게 나를 달구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웠다. 어른 거리는 그 침상의 모습이 소년의 창을 계속 두드리고 주체할 수 없는 욕망으로 몸부림치며 난 그녀의 이름을 신음처럼 불러대곤 했다.
어떻게 하면 그 여자를 안아 볼 수 있을까? 둥근 동산에 내 손을 얹어 볼 수 있을까? 궁리해 보았지만 해답이 없는 밤을 꼴딱세울 뿐이었다.
밥맛도 없고 그저 충동적인 가슴에서 이글거리는 사춘의 욕망 때문에 공부는 물론이거니와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조차 싫었다.
이튿날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난 빵가게로 갔다.
"어, 이제 끝났니?"
"예, 할 일 없어요?"
"응, 우선 저기 앉아 빵하나 줄께.."
"아네요. 배 안고파요.."
"그래, 민아 오면 같이 먹을래..?"
"예"
오늘은 그녀가 초록색 스커트에 붉은색 브라우스를 입었다. 너무도 곱다. 그녀의 종아리 아래서부터 위로 올라가며 슬금슬금 훔쳐보는 나를 그가 눈치 챘을까..
"응, 왜 뭐가 이상해?"
나는 얼른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아녀요. 그냥 옷이 멋있어서요.."
"그래, 괜찮아 ㅎㅎ 옷볼줄 아네.."
내가 피식 웃고 그녀도 검연쩍게 웃는다.
어제 낮의 침상 그림이 그녀의 엉덩이를 따라 간다. 정말 정말 그립다 그지...
이럴즈음 민아가 들어 온다. 친구들과 놀다 오는 건가.. 눈자위에 엄마의 모습이 박혀 있다.
6.
민아가 4학년이 되고 난 중3이 되었다.
1년 넘도록 난 빵가게를 열심히 도왔다. 크고 작은 심부름은 물론 힘든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기야 덩치는 클대로 컷으니 웬만한 일을 하는데는 힘이 부치지 않았다. 벽에 못을 박거나 형광등을 갈거나 민아네 집 하수구를 파헤치고 막힌곳을 뚫는 것까지도 난 서슴없이 해 치웠다.
"어때? 나를 아줌마라고 부르는게 좋아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게 좋겠어?"
그녀가 갑자기 그렇게 물었다.
다른 이름...다른 이름이라면 무엇이 좋을까...
"엄마가 일찍 돌아 가셨다지?"
"예, 얼굴도 몰라요. 저 낳고 바로.."
"딱해라..할머니한테 잘해야겠다. 은혜 잊지마 알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민아는 어디를 갔는지 없고 이제 조금 있으면 문을 닫는 시간이다.
문을 닫으면 그녀와 같이 못있어 아쉽다
"저... 나를 이모라고 부르면 어떨까?"
"네..? 이모.."
"그래, 그래야 좀더 자연스러울 것 같아서.."
"예에..."
이모라는 단어가 아줌마 보다는 더욱 다감해 보이기는 하지만 별로 내키지는 않았다. 다만 다른 특별한 호칭도 없으므로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이렇게 해서 나의 이모가 되었고 생활 속에 너무도 깊이 뿌리 내린 그녀에 대한 동경은 나의 소원었다.
연상의 여인을 사랑한 책들도 사보고 그런 얘기들을 찾아 보기도 하고 주위에서도 연상의 여인과 사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서 자라야지 그리고 그녀와 결혼 할거야. 당당하게 사랑을 고백해야지...그리고 멋지고 행복하게 사는거야.. 환상에 젖은 내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나를 더욱 다정하게 대해 주었다.
손도 스스럼 없이 잡아주고 가끔 안아주기도 하고 귀엽다고 의젖하다며 칭찬도 해주고 자신의 보디가드처럼 불러 주기도 했다. 그럴수록 그녀에 대한 나의 연민은 신앙이 되어 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