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을 바라보았다. 거울이 달려 있는 듯한 착각속에서 혜숙의 얼굴이 보였다. 흉한 몰골이었다. 일어나야했다. 집안에 아무도 없었으니까 혼자의 힘으로 일어서야만 했다.
장례가 끝나자마자 아버지는 지방으로 다시 가버리셨고 혜진은 이미 결혼해서 한아이의 엄마가 되어있었으니까--
시간을 보았다. 오전 11시.
비틀 비틀 일어섰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물병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만인가. 투명한 프라스틱에서 반짝이고 있는 물.
벌컥,벌컥, 벌컥. 정신이 들었다.
혜숙은 그렇게 서서히 혼자사는 법을 배워나가고 있었다.
따르릉- 전화를 들었다. 은영이었다.
고등학교때부터 단짝친구다. 적막을 깨워준 은영이가 고마웠다.
"뭐하니?"
"응, 그냥."
"너 그럴 줄 알았다. 나올래?"
"어딘데?"
"명동."
혜숙은 기계처럼 세수를 하고 화장도 했다.
거울속에는 한시간전과 전혀 다른 모습의 얼굴이 있었다.
옷을 입었다. 문을 열었다.
시월의 바람은 혜숙의 마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오래 기다렸니?"
은영은 이미 커피숍 창가에 기다리고 있었다.
"정리 좀 되었니?"
""대충"
"빠를수록 너에겐 좋아. 엄마도 그렇게 하기를 바라실거야"
"그래. 고맙다. 그런데 무슨일이니?"
"어때, 나하고 기분 전환하는것은?"
"기지배. 난 너보고있으면 기분이 저절로 좋아져"
"아니, 그런거 말고"
"무슨 일인데 너답지 않게 내 눈치를 보니?"
"혜숙아, 니 마음 다아는데 이젠 너도 살 길을 ?아야 되잖아"
"언제 죽는다고 했니?"
"그런거 말고 내가 너 마음 잡아 줄 사람 소개시켜줄께."
혜숙은 그렇게 성민을 만났다.
텅빈 혜숙의 마음에 하루가 다르게 성민은성큼성큼 다가왔었고 외로운 혜숙에겐 성민이 그야말호 삶의 힘이었다.
성민을 만나면 모든것을 잊을 수 있었다.
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자취를 하고 있던 성민과 자연스레 오고가며 만난지 8개월만에 두 사람은 가정을 구미었다.
아주 자그마한 새 둥지처럼 그렇게 소박한 보금자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