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언니의 결혼과 함께 찾아온 우리 식구들의 후련함은 일종의 해방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큰언닌 어느새 우리집 식구들의 뗄수 없는 근심거리인냥 끊임없이 골치 아픈 일을 연이어 만들었었기에 더욱 더 홀가분함을 느꼈을 것이었다.
하지만 큰언니의 결혼은 채 2년도 되지 않아 힘든 파경을 맞고 있었구 우리 식구들은 또 어쩔 수 없이 한발 한발 큰언니의 힘든 결혼생활에 빠져들어가고 있었었다.
결혼초에만 해도 큰언닌 언니의 힘든 결혼생활을 전혀 내색하지 않았었구(이건 일종의 큰언니의 저 밑마닥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을 자존심이었을 것이다) 큰언니의 잦지 않는 발걸음을 우리들은 '무소식이 희소식'인 것처럼 평안함을 갖고 있었으니깐....
허나 큰언니도 점점 지쳐가고 있었으며, 더 이상 혼자서 감당하기엔 너무나 서럽고 자기 인생에 대한 절박함이 밀려와 혹은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해서 큰언닌 일주일이 멀다하고 그 먼 경북외곽에서 아일 들쳐업고 친정에 자주 오곤 했었다. 큰언니의 행색은 영락없는 시골 장터 아지매들 보다 궁색해 보이길 더했으면 더했지 나아보이진 않았었다.
그러던 며칠 후 시댁에서 손주놈 돐잔치를 신경도 쓰지 않는다며 큰언닌 그나마 깨끗한 옷을 해 입히고 혼자서 아이랑 사진관에서 돐사진을 찍고 오는 길이라며, 씩씩대고 있었다.
이제 큰언닌 다 드러난 결혼의 실체에 대해서 더 이상 동생들에게 감추려고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팔자'운운해 가며 종종 서러움을 토해내기까지 했었다.
우리들은 하나같이 대학을 나왔으며 더불어 큰 회사에서 대우 받으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으니 큰언닌 더욱 움츠러 들고 서러웠을 것이었다. 거기에다 동생들은 하나같이 저 잘나서 사는 것 처럼 큰언니의 서러움과 한스러움을 하나같이 내몰라라 하고 있었으니 혼자서 느끼는 피해의식은 우리들 상상이상으로 극을 치닫고 있었었다.
큰언닌 엄마에게까지 손을 내밀었다. 형부의 사업자금으로 돈이 필요하다는 말에 엄마 또한 난감했겠지만 엄마는 수중에 돈이 있으면 냉큼 큰언니에게 내밀었었구 없으면 또 어디가서 엄마 이름을 대고 빌려서라도 큰언니에게 돈을 융통해 주곤 했었었다. 하지만 이렇게 돈이 오가고 있다는 걸 우리 동생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다.
엄마는 항상 큰언니에게 죄스러움을 가지고 있었었다.
어릴때 부터 주욱 뭔가 엄마에게 잘못이 있어 그 허물을 큰언니가 다 덮어쓰는 듯 했었으며 또 어린걸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혼자 따로 떨어져 살게 했던 것이 엄마 평생의 천추의 한이 되고도 남았었다. 거기에다 큰언닌 결혼생활마저 지지리 궁상을 떨고 있으니 그것또한 엄만 엄마 팔자를 닮아 그런가 하고 또 죄스러워 하고 있었었다.
그래서 아니지 아니지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가고 있었으니 그건 차가운 이성만으로 해결되는 일이 아닌 엄마와 큰언니와의 뗄 수없는 관계의 근원이 되어가고 있었었다.
드디어 일이 터지고 말았다. 퇴근해 돌아온 집에 큰언니네 식구들이 전부다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사이좋게 친정나들이를 한 모양이 아니었다. 형부는 마당 한가운데 서서 큰언니에게 용설 빌고 있었었다.
큰언닌 안방에서 악다구니를 하고 있었었다. 엄마를 비롯한 작은언니와 동생도 큰언닐 에워싼 형태로 형부란 사람을 살기어린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었다. 뭔가 일이 터지긴 터진 모양이다. 난 형부를 바라봤으며 내 시선에 형분 움찔하고 입술만 달싹거리다 아무말도 못하고 대문으로 사라져 가버렸었다. 그형분 큰언니의 동생들 중에서 유독 날 기피하고 있었었다. 뭔 이유인지 내가 아는 우리 집 식구들은 자기들끼리의 비밀을 몇가지 갖고 있었으며 그 비밀의 순간에 철저히 난 제외되었었다. 난 항상 식구들 보기에 '정도'를 걷는 융통성이란 전혀 없는 잘못을 애기해 까발리면 내 분에 뭔가 큰일을 치르고야 말 것 같은 그런애로 인식하고 있었었구, 결혼한 형부 또한 날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었다.
우리 큰언닌 예쁜 얼글이다. 그런데도 하나같이 사귀는 남자들은 큰언니가 아닌 다른 허잡한 여자들에게서 또 다른 위안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 형부 또한 물증없는 여자관계로 큰언니의 심사를 어둡게 했었으며 드디어 실체가 없었던 한 계집의 출연으로 큰언닌 제정신이 아니었었다. 큰언니의 초라한 행색과 한쪽에서 두려운 눈망울을 굴리고 있는 조카를 보는 순간 가슴이 탁 막히면서 주저 앉고 싶어졌었다.
왜 이렇게 큰언닌 힘들게 사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