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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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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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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BY 빨간머리앤 2003-03-23

아!하고 뭔가 내속에서 툭 끊어지는 느낌이 그런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자고 큰언닌 그런 소리로 우리들 가슴에 또 한차례 쓰디쓴 아픔을 남기는 것인지....
'외로워서 못살겠다'는 큰언니의 울부짖음을 들어버린 우리들은 약속이나 한듯 그 누구도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었다.
우린 큰언니가 철저히 우리들과 다른 아웃사이더가 된다고만 생각했었으며 오히려 큰언니로 인해 엉뚱한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큰언니의 울부짖음으로 우린 잠시 멍해져 다시 그동안의 일들을 정리해 봐야만 했었었다.

뜨거운 무언가가 가슴속에서 끓어오르고 있었었다.
내 어릴적 이상형이었으며 영원한 그리움의 대상인 큰언니였었기에 난 그 배신감으로 인한 상처를 그저 다른 식구들보다 무섭도록 큰언닐 외면했었었다.아니 큰언니라는 존재조차 인정하려 들지 않았었는데...
내 깊은 가슴속에서도 뜨거운 눈물이 솟구쳐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었다.
불쌍한 우리 큰언니...
큰언니가 식구들에게서 느꼈을 냉담함이 전해져 오고 있었다.
특히 동생들의 모멸에 찬 눈빛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받았을 그 심정이 어떠했을지가 이제서야 아픔으로 이해가 되었었다.
우린 남이 아닌 피를 나눈 한 자매들인데 어쩌자고 남보다 못한 이가 되어 큰언닐 더욱 깊고 어두운 곳으로 몰아세웠는지 모르겠다.

분명 안방에 있는 엄마도 울었을 것이었다. 못된 내가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고 있었으니 말이다. 난 어떡해든 다시 큰언니에게 우리가 있다고 예전의 다정하고 끈끈한 동생들이 있다고 큰언니에게 말해 주고 싶었었다. 하지만 차마 내 입은 벌어질 줄 몰랐었고 안되는데 하는 심정으로 주먹만 쥐었다 폈다 하고 있었었다.
그때 작은언니가 울면서 큰언니에게 말을 건네었다.
'언니야, 외로버 하지마라. 뭐가 외로번데...조금만 기다리라. 내가 정말 좋은 사람 봐서 언니 니 행복하게 해주께'
하는 끊어졌다가 다시 몇마디 이어지는 작은언니의 말이 아무말도 못하고 벙어리 가슴앓이 하듯이 내 가슴만 짓?물?있는 날 살려준 것마냥 마음이 일순간 편해졌었다.
하지만 큰언닌 아무 말 없이 더욱 더 큰소리로 흐느끼고 있었으며 그런 큰언닐 엄마가 안방에 데리고 가셨었다.

그날 큰언니의 대성통곡 사건이후로 우리 식구들은 조금은 달라져 있었었다. 말 한마디에도 예전과는 다른 배려가 조금은 베여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큰언니가 우리들과 전혀 아무일 없이 대하는 건 아니었다. 큰언닌 여전히 우리 동생들과 눈을 마주보며 말을 하지 않았었다. 같이 웃으며 말은 주고 받았지만 그 웃음은 분명 속이 빈듯한 웃음이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들에게서 받은 마음의 상처가 쉽게 아물지 못함을 우리들도 어렴풋이 받아 들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얼마 후일까? 엄마가 큰언니의 결혼을 허락하셨었다.
그 남자와 큰언니의 사주가 기가막히게 좋다는 사주쟁이의 말에 엄마는 큰언니에게 새로운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권한을 내려주고야 마셨다. 난 싫었었다. 아무리 우리들이 큰언니에게 예전같이 매몰차게 대하진 않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큰언니 하잔대로 가고 싶진 않았었었다.

허나 큰언니의 인생이 그렇게 갈려고 했었는지 큰언닌 결혼비용을 신부쪽에서 거의 다 부담하면서까지 결혼을 강행했었었구 우린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된 이상 그를 형부로서 받아들여야 했었다.
거기엔 사주쟁이의 천년에 하나 날까 말까한 궁합이란 소리가 조금은 작용을 했었으며 그 남자 또한 든든한 새직장을 잡아 남한테 손가락질 받지 않으며 살겠노란 다짐을 식구들앞에서 머릴 조아리며 했던지라 그래 그래 하며 모두들 손을 놓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해서 큰언닌 결혼을 했다.

큰언니 결혼 후 뜻밖에도 우리집엔 평화가 찾아오고 있었었다.
너무나 미안한 일이지만 솔직히 그랬었었다. 엄만 큰언니가 결혼해서 어떡해 살림은 잘 꾸려나가나 하며 친정엄마로서의 걱정꺼리가 있었을 지언정 그렇게 크게 걱정하지 않은 듯 했으며 우린 그런 엄마를 통해 몇년만인지 모를 후련함을 느끼고 있었었다.
큰언니와 형부는 우리 동생들과 밤에 영화도 보러 다녔으며, 우린 큰언니의 신혼집을 신기한 듯 구경하러 가기도 했었었다.
그때 형부도 조그만 사업을 한다며 두꺼운 전화광고책에다 떡하니 새로운 사무실 전화번호까지 실어놓았었기에 또 큰언니가 우리 동생들앞에서 거리낌 없이 웃으면서 기를 펴고 있는 그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었다. 흔히 말하는 깨를 통째로 볶고 있는 신혼집이었기에....
큰언닌 정말 행복해 보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