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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용돈을 주지 않았다며 서운함을 토로한 A씨의 사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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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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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회]


BY 시켜만주이소 2003-03-02

<이건 꿈이야.. 그럼~ 꿈이고 말고.. 혜영이가 죽다니? 말도 안돼...>
태훈은 실없는 웃음이 나왔다
"크크크~~푸하하하하~~"
구석에 쳐 박혀 있는 한남자의 어이없는 웃음에
그제서야 의료진들은 고개를 돌린다

"보호자분?"

태훈은 계속 해서 웃는다
"하하하~~이건 꿈이야.. 꿈이죠? 그쵸? 혜영이가 죽다니... 아니야.. .아냐... 말도 안돼...   이 자식들아~~ 말좀 해봐... 니들이 그러고도 의사야? 의사냐고?"

태훈의 난동... 아니 몸무림은 처절했다
잠시 태훈의 거친 행동을 말없이 지켜보았지만... 태훈의 고함과 몸부림에 의료진이 달라 붙었다
"놔~ 놓으란 말야... 니들이 그러고도 인간이야? 사람이 죽었어~~ 사람이... 내 아낸데...

내 연인인데.... 내 사랑... 하는...사~람... 인데.."
"진정하세요 "

"진정? 진정이 돼? 니들같으면 진정할수 있어? 잘가란 말도 못했어... 인사도 못했고 축하한단 말도 못해줬어? 저 여자... 자신이 낳은 아기도 한번 안아보지 못했다고!!!!!! 그런데...

진정 하라구?
진정!!!!!!!!"

"고정하세요... 여긴 중환자 실입니다... "
태훈의 발광에 의료진들이 거의 애걸복걸 말리다 시피 태훈을 병실 밖으로 내 몬다

"하하하~~ 아버지... 혜영이 잘 잘고 있어요... 피곤했나 봐요... 이젠 눈뜨고 싶지 않데요... 그냥 저상태로 그냥... 그냥..."

혜영의 엄마는 더 이상의 말을 듣지 않고 기혼절 해 버렸다
한순간에 날아간 목숨
그에 따른 슬픔

자신이 낳은 아길 품에 안아보지 못하고
젖 한번 물려보진 못한
24살의 어린 ... 혜영이...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들의 슬픔에 동조를 하는지
기웃거리며 혼절한 혜영의 엄마와
동물의 울음소리를 내며 울부짓는 태훈을 보며
혀를 찬다

"세상에... 누가 죽었나 보네... 세상에.. 남은 사람 불쌍해서 어쩌누~~"


혜영은 그렇게 짧은 인생을 병원에서 마감 했다
미래에 펼쳐질 자식과의 시간도 갖지 못하고
태훈과의 사랑은 이렇게 끝나버리고 말았다

빈소가 차려진 영안실엔
해맑은 웃음의 혜영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웃는 얼굴에 어울리지 않은 검은 띠는 어느누가 봐도 슬픔이 베어나왔다


<일단 혜영씬... 주위에 남자가 많네요... 또 성격도 좋고 대중을 이끄는 그런 직업이 아주 적성에 맞겠어요... 또 하나 여성의 기능쪽으론 조심을 해야 할듯 합니다 ...... 자식복은 많아야 하나뿐입니다.... 부모덕을 많이 보고 음........"
"뭐야 형~~~~ 제대로 본거야?"
"괜찮으니까 계속 말 해주세요.."
"목숨줄은 좀 짧습니다 남들에 비해서...."
"여기까지...."
"에이...... 이게 끝이에요?"
"네......"
"제가 목숨줄이 짧은 가요?"
"네 " >

대학로의 선배가 해준말이 생각이 난다

그땐 장난으로 웃음으로 넘겼는데...
이렇게 짧은줄 알았다면
이렇게 보내지 않았을텐데...
이토록 아쉬운 시간만 보낼수 있게 하고
간직할 이별만 남겨주고 가다니...


<혜영아~~ 혜영아~~~ 내 말 들리니? 너 없이 어떻게 내가 사니? 저 어린 자식 누구 사랑으로 크라고... 이렇게 가려고 나한테 왔니? 이럴려고 왔어? 난.... 난... 어쩌라고? 난... 어떻게 살라고... 저 어린것을 어떻게 보면서 널 잊을수 있니.. 혜영아~~~ 말좀 해줘? 응? 한마디만이라도 해줘... 제발~~ 헤영아~~ 제발~~~>

태훈은 혜영의 영정앞에서 하염없이 눈물만을 흘린다
소식을 받고 온 은주와 선임
또 회사 동료들
태훈의 친구들...
양가 가족과 친적들...

어린 여자의 제대로 피지도 못한 인생...
어찌 그 수많은 미래를 남겨두고 무엇이 그리 급해서 먼저갔을까?


혜영의 장례를 치르고
화장을 한후
채 두 손에 가득 고이지도 못한 회색빛의 가루를
선산에 뭍기로 했다

바다에 흘려보낼까...
화장을 치르지 않고 그냥 묘지에 뭍을까 ...
도 했지만..
태훈네 선산에.. 화장한 가루를 뭍어주기로 했다

작은 상자에 혜영의 가루를 담고
못을 박으려는데 .
태훈이 갑자기 소리쳤다
"잠시만요... 잠깐만요..."

상자를 열고 비닐로 싸여진 묶음을 풀고는
태훈이 손으로 가루를 집어서 입에 쳐 넣는다

"아니 이보게 이게 무슨짓인가?"
태훈의 행동을 본 사람들이
실성했나 싶어서 태훈의 행동을 막는다

입을 벌려 토해내려고 하는 사람들의 온갖 힘에도 불구하고
태훈은 입을 꼭 다문채
그냥 물도 없이 혜영의 남겨진 가루를 목구멍 속으로 꿀꺽~ 하고 넘긴다

"내 몸속에 혜영이 넣을 꺼예요... 혜영이랑 저는 한몸 이니까요... 제 아내고... 제 사람입니다.. 제 사람이요... 그냥 차디찬 저 땅속에 혼자 넣을순 없어요... 조금이라도... 나와 함께... 내 몸속에 간직할꺼에요... "

태훈이 엎으려 운다
이를 본 사람들은 아무 말도 없이 곡소리를 내며 따라운다

혜영이의 장례식 날은 날씨도 포근했다
한겨울 싸늘한 바람마저 불지도 않고
하루종일 겨울 햇살 치곤 날씨가 푸르도록 좋았다

<잘가라... 혜영아... 너 가는길 춥지 않게 날씨도 좋다... 내 몸속에 너이 분신이 있으니까...우린 결코 이별은 아냐... 그치?>

장례가 끝나고 가족들이 청담동으로 모였다

썰렁하고 온기없는 집안은
주인이 없다는것을 알기라도 하듯
침묵과 ... 비장함이 흐른다

태훈이 침대로 가서 드러눕는다
피곤함인지... 혜영을 잃은 슬픔인지...
태훈은 혜영의 배게에 얼굴을 뭍고 숨죽여 눈물을 흘린다
혜영의 온기가 남아 있는배게...
태훈이 손을 넣어서 배게를 잡으려는 순간
딱딱한 공책이 잡혔다

태훈은 눈물을 닦고 배게밑에 있는 공책을 꺼내본다

공책을 재껴보니....

"아가야... 널 갖은줄도 몰랐어... 오늘 너때문에 난 아주 혼이 났다
그치만 행복해  어떤 모습일까? 넌 아니?

태동을 처음으로 느꼈어  너지? 넌거지?

아빠가 읽어주는 동화내용이 맘에 드니? 엄만 맨날 한가지만 읽어주는 아빠 동화내용이

이젠 지겹다  너두 지겹다고? 내일은 다른 책을 읽어달라고 할께...

넌 누굴 닮았니 아가? 엄마? 아빠? 아빠 말처럼 엄마 아빠가 이쁘고 잘생겼으니까...

넌 아마 굉장한 인물일꺼야


오늘 배가 심하게 아팠어... 왜그랬어? 어디가 아프니 아가? 담엔 그러지마.. .엄마 오늘 많이 힘들었어....>


혜영의 임신중에 적은 일기였다
일기를 읽으면서 태훈은 또다시 울수밖에 없었다

"혜영아~~~ 혜영아~~~~ 혜영아~~~~"



떠난자는 말이 없다
그저 남겨진 사람만이
그 여운을 가지고 사는것일뿐...
그치만...
그 여운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조차도 .. .가물 거릴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