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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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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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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lsh1951 2002-11-25

1.<괭이밥풀꽃>

>아침 일찍부터 떨어진 나뭇잎을 쓸어모았다.
여름내 푸르름을 자랑하던 잎새들이 어느사이 작별을 고한다.
제 할일을 마친 가지들을 잘라내고 잔뿌리가 꽉 찬 화분은 뿌리를 다듬어서
새 분으로 갈아주었다. 추운 겨울을 잘 버티라고 부엽토를 채워 주었다.

>그러나,
새 흙으로 갈아주고 싶어도 손댈 수 없는 분재들이 많다.

비자나무 분도 흙을 갈아주어야 하는데... 흙을 갈아준지 삼년이 지났다.
물을 주어도 잔뿌리 때문에 속까지 배어들지 못한다.
그대로 두면 겨울을 견디지 못하고 얼어죽을텐데,,,.
알면서도 그 앞에 쪼그리고 않아서 고민에 빠져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어느사이 사랑해 버린 괭이밥풀이 거기에도 보금자리를 틀었기 때문이다.
왕성한 식욕으로 양분을 모두 먹어치우는 통에 그대로 두면 비자도 고사할 것이 뻔하다.

>언젠가 부터 화분한쪽 귀퉁이에 자리잡고 잎을 피우고 있는 조그만 풀.
잡풀이라고 뽑아 내기에는 앙증맞게 예쁜잎이 내 손길을 그냥 지나가게 했다.
더구나 나무잎사이로 비치는 한조각의 햇빛만 먹고도 입을 뾰족히 내밀고 방긋
웃으며 피는 앙증맞은 손톱만한 다섯개의 노란 꽃잎이 깨물고 싶도록 귀엽다.
내 눈길이 저를 사랑하는 줄을 알았는지 언제나 노란꽃잎 몇송이는 늘 피어있다

>'생글생글' 웃고있는 꽃잎을 보면 분을 갈아 치워야겠다는 생각을 간 곳없이 사라지게 한다.
"아유~요 귀여운 꽃, 언제 또 피었니? "
난 손톱보다 작은 꽃잎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간지러 본다.
"아~ㅎㅎ, 간지러워요, 아줌마, 오늘 기분이 어떠세요?"하고 애교를 떤다.
이 작은 생명이 살아가는 방법이리라. . . .

>그런 내게 비자나무는 아무소리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주인님 흙갈이 더 늦으면 않되는데...)비자나무의 안타까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한동안 괭이밥과 즐거운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 화분 앞으로 옮겨앉는다

>다른 화 분앞에서도,
또 다른 화분에서도... 결국은 괭이밥이 살지 않는 화분만 갈아주었다.
노란 꽃잎으로 나의 마음을 사로잡아서 생존해 가는 괭이밥풀.
어느 사이 분재들의 절반쯤은 괭이밥풀의 식구들이 꽉 차 있었다.
아~ 이대로는 안되겠다. 곧 죽을 것같은 등나무 분재를 과감하게 엎었다.
황폐한 흙을 털어내고 잔뿌리를 잘라냈다.
흙을 털어내는 곳곳에 괭이밥풀의 예쁜꽃잎과는 다르게 뿌리들이
등나무 뿌리를 악착스럽게 칭칭감고 박혀 있다.
칼끝으로, 손가락으로 괭이밥풀의 뿌리를 뽑아냈다.
나의 심장에는 철판으로 못을 쳤다.
귀도 막았다.

"아~아, 아줌마! 그동안 제가 아줌마께 그렇게 기쁨을 드렸는데
왜? 이러세요~~! 아 악! 아파요, 제 얼굴, 팔다리, 심장 다 찢겨요."

난 귀를 막아서 들리지 않아, 저 아파하는 소리가...
다른 화분에 또 있는데 뭐!'
한번 휘둘기 시작한 악마?의 칼끝은 멈추지 않는다.
흙을 갈아주지 않는 분은 칼끝으로 쑤셔내어 괭이밥풀의 뿌리를 파내었다.

2.< 사랑하는 이 에게 >
작은 뜰의 나무들 중 가장 사랑하던 모과나무가 죽어간 이유를 그때는 몰랐었다.
연두빛 새싹을 피워내다 영양실조로 쇠진하여 죽어버린 모과나무.

"모과를 죽게 한 걸로 충분해, 가장 사랑했던 내 모과를 희생시켰어.
다른 나무들은 안돼!"

"내 집에 들어오면 모두 같이 살아야 해,
"누구 때문에 다른 누가 희생되는거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어".

다른 식구들을 제 멋대로 탈취하여 서서히 죽게 하는 것을 용서할 수 없어!.
가슴속이 아리고 눈물이 났지만 괭이밥풀에게 내색하지 않았다.
화단의 전부를 수색하여 괭이밥풀의 횡포를 뿌리 뽑았다.
죽은 모과나무 분의 괭이밥만 놔 둔체...

>한바탕 전쟁을 치루었다.
전쟁은 끝났다.
나는 흙투성이가 된 채, 허탈한 마음으로 모과나무 앞에 섰다.
가장 사랑하고 아끼던 두 생명앞에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는 마음으로 , , ,

"모과야, 미안해. 네가 왜 병들어 죽어가는지 도 모르고
네 생명을 도둑질하는 악녀에게 눈이 멀어 있었다니...
나의 기쁨을 빼앗지 않으려고 살아 있는 것처럼 안간힘을 쓰면서
파릇한 잎새를 펴다 말라가는 너를 보면서도 몰랐던 우둔함을 탓하지 않은 너.
너의 맘을 이제야 알았단다. 순전히 내 잘못이야. 잘 가.
그래도 네 덕분에 또 하나의 생명이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잖니.
너도 기쁠꺼야. ~~~안녕~~~!"

"귀여운 괭이밥풀아,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너도 알지.?
네가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널 미워할 수가 없단다 .
또한 아무리 사랑해도 여기는 무법천지가 아니야.
넌 여기 모과나무 분에서만 살아야 해, 여기가 너의 집이란다."

난 눈물을 흘리며, 괭이밥풀에게 단호히 설명을 했다.

"알았어요~~,아줌마. 그렇게 하도록 노력할께요~흐흐흐." 괭이밥풀도 울었다.

하지만, 난 안다.
괭이밥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리란 것을...
괭이밥의 천성인 것을 어찌하랴.

>이렇게 하여 괭이밥풀은 정식으로 나의 화단풀밭에 가족으로 등록을 했다,
난 괭이밥풀을 이 화단의 식구로 맞이한 이상 적어도 한달에 한번쯤은 이 아픔을 겪는 전쟁을 치루어야 할 것을 안다 .

3.< 위로 >
낙엽을 쓸어모아 태우며 슬픔에 잠겨 있는 나의 등뒤에서
조용하고 아름다운 나팔소리가 들린다.
깜짝 놀라서 돌아보니, 아~~~왠일인가.
놀랍게도 갈라진 시멘트바닥 사이에서 10센치도 안되는 작은키의 나팔꽃이
줄기에,제 키보다 더 큰 나팔꽃을 세개나 받혀들고 힘겹게 불고 있지 않는가!.

헤헤~~~아줌마, 슬퍼하지 말아요. 괭이밥만 꽃인가요,낑낑".
어때요, 제 나팔소리? 이 나팔로 멋진 음악 한곡 연주해 드릴께요!

어?~~앗따거워" 엉덩이를 뾰족한 침으로 쿡쿡찌르기에 무엇인가
돌아보니 그중 햇빛이 잘드는 자리에 앉아있는
안은뱅이 사과꽃이 바람이 났는지 빨간입술을 요염하게 내밀고
활짝 웃고있지 뭡니까.

"어어~ 벌써 꽃피우면 어쩌려고~~!
이 조그만 꽃들은 풀밭같은 이 뜨락이 아주 좋은 모양입니다.

다시 평화를 꿈꾸며 저물어가는 늦가을의 오후.
햇빛은 유리창에 반사되어 긴~꼬리의 빛을 남기며 담장을 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