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지혜의 결혼식.
준희는 가운도 없이 얇은 실크잠옷 하나만 걸치고 몇 시간째 베란다에 서 있었다.새벽 2시를 알리는 멜로디가 무심히 울리고 있었다.
결혼이라..... 후후....지혜의 결혼소식은 준희를 더 쓸쓸하게 만들었다.준희는 캄캄한 하늘을 올려다 보며 숨을 깊이 들이켰다.
밤공기가 꽤나 가을다워져 있었다.가슴에 뚫린 외로움이라는 구멍도 더 커져 있었고..지난 여름은 참 지독 했었지..그 지독한 여름은 날 다시 예전의 그래도 조금 괜찮았던 날 생각나게 해 주었었다.나는 사람들에게 묻고싶어.왜 결혼을 하느냐고?정말 사랑이란 걸 해서 결혼을 하느냐고?누군가의 대답이 yes라면 난 그의 발을 평생 닦으며 살 수도 있을것 같아.난 그러하지 못했음으로.나는 가증스럽게도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감히 결혼이라는 걸 해 나를 포함한 모두를 기만했음으로 나는 죄값을 치루려고 해.아니,나는 내 결혼 6년동안 죄값을 치루며 살아왔어.내 인생에서 6년의 시간을 도려내고 싶을 만큼....
하지만 그것으로 모자라다 하네.내가슴 깊은 곳에 있는 그에 대한 추억이,그에 대한 사랑이 나의 죄를 더욱 엄중히 묻고 있기에.......
몇달 전.친구의 결혼식에서 그를 보았다.
준희는 어색하게 그를 보았고 그는 편안하려 애쓰며 준희를 보았다.
둘은 말없이 나란히 서서 결혼식을 지켜봤다.사진촬영이 끝나고 뷔페로 향했다.먹으나 마나한 식상한 메뉴들.준희는 대충 케??몇 조각 집어와 포크로 접시만 긁고 있는데 그가 새우 껍질을 까서 준희의 접시에 가만히 올려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