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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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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leaf 2002-10-29

남편과 병원을 찾았을 땐 아기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날 우린 임신 2주의 진단을 받았다. 집으로 돌아오던 남편의 차에서 난 울었다. 내가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남편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그날 처음 보았다. 남편은 잘 웃지 않는다. 어쩌면 남편은 기쁨이 무엇인지, 슬픔이 어떤 것인지 모를지도 모른다. 남편은 늘 변함없는 얼굴표정을 가진 사람이었다. 슬픈 영화를 볼 때나 텔레비전 개그프로를 볼 때나 한결같은 표정을 짓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남편의 웃는 모습을 본 게 그날이 처음이었다. 결혼을 하면서 특별히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말은 내게 하지 않았다.
병원에 함께 가자는 말을 할 때 난 함께 가 주리라는 생각을 하진 못했다. 혼자가기 무서워 남편에게 그냥 한 번 해 본 소리였는데, 남편은 기꺼이 함께 가 주겠다고 했었다. 아이가 생기면서 남편은 조금씩 변해가는 것 같았다.
아이가 생겼다는 일은 내게 많은 변화를 주었다.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일기장을 다시 찾게 했고, 남편이 싫어하는, 하지만 내겐 너무도 특별한 첼리스트들의 음악을 다시 듣게 되었다. 가끔 창고 속에 감춰뒀던 첼로를 남편 몰래 켜기도 했다. 남편이 싫어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내가 더 행복해 했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땐 아이가 생겼다는 것이 그저 신나는 일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