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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큰일이 났습니다. 오늘도 늦잠을 자고 말았습니다. 할머니는 늦잠꾸러기를 무지 싫어합니다. 내가 늦잠을 자면 [게으름뱅이는 밥도 먹지 말아. 소도 꼴값은 하는데 사람이 밥값을 못 하누!] 하십니다.
눈꼽을 손가락으로 대충 때내고 빼꼼 문을 열었습니다. 한쪽 눈으로 밖을 내다 봤습니다. 어! 마당에 천막도 쳐있고 앞집 아줌마, 뒷집 아저씨, 옆집 할머니도 보입니다. 오늘 무슨 날인가?
"우리 강아지 일어났누?"
할머니가 다정하게 인사를 합니다. 평소라면 하얗게 눈을 흘기시는데, 좀 이상합니다. 아무튼 할머니한테 혼날 줄 알았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헤헤헤"
갑자기 머리가 간지럽습니다. 머리를 긁으며 마루로 나왔습니다.
마루는 얼음장처럼 차가웠습니다. 발가락이 시려서 서있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발가락을 들고 뒷꿈치로만 뒤뚱뒤뚱 걸었습니다. 엄마가 이런 내 모습을 보았다면 [꾀 하나 또 꺼내내!] 하면서 '호호' 웃으셨을 겁니다.
내 이마는 유독 똑 튀어나와서 아이들에게 앞짱구라고 놀림을 많이 받았습니다. 분에 못 이긴 나는 엉엉 울곤 했습니다. 그러면 엄마는 내 이마를 쓸어주시며 [영미 이마에는 꾀 주머니가 들었단다. 그 속에는 좋은 생각들이 많이 들어서 하나하나 꺼내 쓸 수가 있단다.] 하고 말했습니다. 나는 엄마 말을 믿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똑똑하니까.
"이런이런, 씻는걸 싫어하니 머리가 가렵지! 머리에 이가 있는가 보다. 영미, 큰일났네? 이가 피 다 빨아먹겠다. 히히 "
막내삼촌입니다. 막내삼촌은 중학생인데 맨날 날 놀리는 재미로 사는 것 같습니다.
"우이 씨, 삼촌 미워"
막내 삼촌은 못됐습니다.
"그만 해. 왜 어린애를 놀리누? 할미가 씻겨 줄 테니까 자 이리온!"
할머니가 내편을 들어줍니다. 막내삼촌에게 '메롱'을 하고는 쏜살같이 할머니를 따라 부엌으로 숨었습니다. 흥, 고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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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으로 쓰는 소설입니다.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답니다. 매~ㅁ **^^**
-철지난 매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