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서 506..라는 소리가 들렸다.
507호 남자가 505호 여자의 문앞에서....
그들이 왜 나를 ....
만나지도 못한 자에게 이별을 고한다는 것이 다른이가 볼때는 얼마나 우스운 일이며
나 스스로는 또한 얼마나 괴로운일인가...
더구나 나는 다 다져지지도 않은 열매를 피우려다 흙이 되어버리고..
살아남은 자들이 강너머에서 기쁨으로 들떠 있을때,
나는 그들을 향해 이별을 고한다는것은....
어쩌면 체념에 가까운 것이리라....
507호 남자와 그녀는 문앞에서 희희낙낙 거리고 있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지만. 말소리의 높낮음이 기쁨에 들떠 있다.
"어느새 저들이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되었을까.."
순간, 얼마나 손에 힘을 주었든지.들고 있던 물컵이 깨어졌다.
손에서 피가 났다..
손에 상처가 났는데 순간,왜 가슴에 통증이 오는지 알수가 없었다.
(바람에 얻혀 그렇게 ,그렇게 사는 먼지처럼 ,
잠자고 깨면 불현듯 없어지는 꿈처럼...되었으면...)
일상속에 나는,
자신이 잊고 싶어하는 이름을 늘 기억하듯, 삶이 끊임없이 날 거부하는 소용돌이의
물줄기에 얻혀 살아 가고 있다.
"성철오빠 나중에 갈께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대답하는 507호 남자의 목소리도 들렸다.
손에 흐르는 피도 닦지 않고 그들의 대화에 귀를 귀울였다.
(어느사이에 그 남자는 그녀에게 말을 놓고 지내는 가까운 사이가 되었을까..)
(서로 밤을 같이 보낸 사이가 되었을까?)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링크되어 갔다.
나는 나의 강 물줄기가 505호의 강으로 스며들지 않기 위해 벽의 뚝을 매일 쌓았으나,
조금씩 세어 나가는 누수의 틈이 벌어져
이제, 걷잡을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