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번 명절 전에 잠깐 앓으면서 아주 못된 버릇이 생겼다.
아무리 잠을 청해도 도대체 잠이 오지 않으니 이 노릇을 어쩐다?
버릇이 될라 싶어서 수면제를 사양하고, 억지로 눈을 감지만 오늘도 틀린 것 같다.
아니다. 오늘은 이 페이지를 닫으면 수면제를 좀 먹어보아야겠다.
문자가 온다.
'아니 이 시간에....'
막내딸이다.
"에구구. 전화한다는 게 깜빡했구나. 보낸 거 모두 잘 받았다. 죽이랑 두유랑. 내일 돈 보내마 모두 얼마나 되나?"
"돈은 무슨.... 엄마. 다시 내가 반찬 주문해서 보낼께요."
"왜 그래. 엄마가 여기서 사 먹는다니까?"
"안되겠어요. 요번 주에도 반찬 하나도 주문 안하셨다면서요."
"명절에 네 올케가 사다 놓은 것 있어서, 몸도 아프고 그래서 다음 주에나 나가려고.... "
"엄마가 뭘 사다 잡숫겠어요. 내가 보내드릴 거예요. 엄마 못 믿어요."
"너 이제 개강하면 바쁠 테니 엄마 신경 쓰지 말라니까."
"아뇨~. 엄마는 잘 안 사드시잖아요. 제가 보내드릴 거예요."
"명절 밑이라 반찬이 있어서 장에 안 나갔지. 아빠가 계신데 반찬을 안 사먹을 수가 있니?"
"아녜요 엄마. 엄마한테 못 맡겨요. 주문했으니까 월요일엔 들어갈 거예요."
학교 강의가 곧 시작할 것이라 바쁠 것 같아서 일을 덜어주자 했더니, 날 믿지 못하겠다 한다.
명절에 한 반찬도 아직이고 나도 몸이 시원찮아서 있는 반찬으로 지내려했더니, 반찬가계하시는 권사님과 통화를 한 모양이다. 이래저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니 내가 생각해도 내가 참 성가신 물건인지고. 마침 권사님이 가까이에서 반찬가게를 열었기에 이래저래 잘 됐다 했더니, 요새로 내가 반찬을 사 가지 않는다고 한 모양이다. 애들에게 아직은 애물단지이고 싶지 않은데, 거 참....나도 모르는 새에 벌써 애물단지로 전락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