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8일-봄은 봄이다
일주일간 동남아 출장을 다녀온 친구가 황당해하며 말했다.
“떠날 땐 봄, 가니까 여름, 왔더니 겨울이야.”
며칠 포근하다가 엊그제엔 영하로 떨어져 눈까지 내리더니,
오늘은 다시 봄이다.
변덕스러움은 봄 날씨의 전형적인 특징.
이탈리아 소설 ‘삼월생’에서
사랑스럽지만 변덕이 죽 끓듯 한 프란체스카는 말한다.
“그건 내가 3월생이어서 그렇대요.”
바람을 다스리는 영등할머니 심술이 누그러졌나 보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더니
한강 둔치에 개나리꽃이 우우우 피기 시작했다.
망울이 퉁퉁 불었던 목련꽃도
일제히 병아리 떼처럼 쫑! 쫑! 쫑! 입을 벙긋거린다.
아침 이슬에 함초롬히 젖은 20%쯤 핀 봄꽃.
여기서 피기를 멈추면 얼마나 좋을까!
봄날은 슬며시 왔다가 도둑같이 간다.
하긴 봄은 봄인 모양이다.
아파트 화단에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난다.
겨우내 소식이 뜸했던 선배를 만나 함께 밥을 먹는데,
그의 말이 꼭 봄 같다.
“얼마 전 시각장애인 아저씨를 만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
시각장애인들도 꽃놀이를 간다더구나.
꽃향기를 감상한다는 거야.
점자로 된 시각장애인용 화투도 치고.
우리, 감사할 것이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