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되고 럭셔리한 ‘Lucky’ 행운의 아파트에서 나는 21년째 살고 있다. 투기와는 거리가 멀어서 30년째 살고있는 언니들도 많다. 오랜 시간을 들고나며 만나다 보니 현관에서 마주치면 서로의 안부도 묻고 함께 수다도 떤다. 자녀의 진학을, 취업을 묻더니 시간이 흐르면서 혼인을 묻다가 이젠 손주들의 안부까지도 묻는다. 가끔은 자신들의 노화현상과 질병을 털어놓고 서로의 지나간 시간을 떠 올리며 그때가 좋았지 하며 웃는다.
아파트 뒷산인 ‘공지산’에서 **층의 언니를 가끔 마주친다. 81세의 고령이지만 함께 나란히 걸어도 나에게 뒤처지지 않는 체력을 자랑한다. 55세부터 제대로 걷지 못하고 절룩대다 무릎연골 수술을 하였지만 제대로 걷지 못하는 82세의 내 어머니에 비하면 날아다니는 수준이다. 다리는 괜찮으신가? 물으면 아직은 괜찮다며 쾌활하게 웃는다. 항상 밝고 긍정적이다.
*층의 언니는 마주치면 수줍게 웃으신다. 나지막한 말투로 “아우님 잘 지냈어? 이쁜 딸은 취직했지?” 작년하고 똑같은 질문을 하신다. 이 언니도 80이 넘었다. 작년과 같은 대답을 하면 “아무렴 딸이 엄마를 닮아서 착하고 예쁘지!” 하며 곱게 웃으신다. 왠지 착해져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엄청 착한 웃음으로 인사를 마무리하면 그분의 고운 미소가 나의 등으로 전해진다.
*층에 사는 밉상 언니는 저 멀리서 모습이 보이면 잽싸게 피해 다닌다. 처음엔 그저 눈인사만 하다가 낯이 익고 친해지자 변하지 않는 인사말이 생겼다.
“오랜만이네”
“네 잘 지내셨어요?”
“살이 더 쪘네! 쪘지?”
눈으로 대화를 재촉한다. 처음 몇 번은 그래 보여요? 옷이 두꺼운가? 혹은 요즘 좀 쪘나? 대충 얼버무리며 마무리했었다. 점점 더 횟수가 거듭되자 슬며시 불쾌해지기 시작하던 어느 날 남편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그녀가 다가왔다. 마지못해 인사를 하고 함께 탄 엘리베이터 안에서 또다시 그녀의 방언이 터졌다.
“살쪘지? 요즘 더 쪘네?”
“.....”
헤실헤실 웃으며 그녀가 내리고 난 후 애꿎은 엘리베이터를 발로 툭툭 차면서 Lucky Lucky Lucky .... 중얼거렸다.
코로나로 제한적인 생활을 하던 중에 작년 3월부터 어깨에 통증까지 생겨 힘들어하다가 운동을 시작했다. 1년째 날마다 산에 가서 만 보씩 걷는다. 덕분에 1kg~2kg 쯤 빠진 것 같아 스스로 대견해하고 있었다. 며칠 전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그녀와 마주쳤다. 산에 갔다 오는 거냐? 묻더니 나를 쓱 훓어 보고는
“산에는 열심히 다니는데” 하기에 얼른 낚아채서
“ 안 빠져요? ” 물으니
“ 통통 하네 근데 이뻐” 한다. 푸하하 핫 웃다가 오른손을 살짝들며 'Lucky' 를 외치자 어리둥절 그녀가 나를 따라 럭키를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