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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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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스트레스


BY 마가렛 2021-01-31

쌀독에 쌀이 별로 없어서 점심을 먹고 쌀을 사러 가자고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오케이 싸인을 보낸다.
벌써 1월의 끝무리라며 혼잣말로 탁상달력을
넘겨 보며 곧있을 설날 준비도 해야되니 가는길에 선물도 준비하려고 생각했다.
세월은 항상 그 속도로 흘러가지만 체감으로 느끼는 온도는 해마다 더 빠르다.
어르신들 말씀처럼 나이가 먹어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런....
출발하고 얼마되지 않아 길이 막히기 시작한다.
남편은 벌써 궁시렁거리기 시작한다.
앉아있는 게 불편하다.
이럴 땐 차안의 공기도 무겁고 서로 피하는게 상책이다.
남편은 운전할때 길이 막히며 대부분 남자들처럼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니, 조금 더 심하다.

코스트코에 즐비어 서 있는 차들을 보니 대략 시간이 나온다.
남편은 벌써 화가난 상태를 억누르고 나에게 먼저 장을 보고 자기는 주차를 하고
오겠다고 하는데 한 두해 같이 살아본 우리도 아닌데 내가 그 속마음을 어찌
모르겠는가?
"자기, 스트레스 많이 받을 거 같은데, 그냥 집으로 갈까?
약속도 있다고 했으니까."
말이 떨어지자 마자 그러자며 운전대를 돌린다.
그럼에도 길이 막히니 속이 상하는지 본인은 길위에서 그냥 시간을 죽이는데
제일 아깝다며 창문을 열어 채킨다.

왜 아니겠어요?
집에서도 책이며 유투브며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고 머리에 지식을 집어 넣는
사람인데... 아들이 주말이라 좀 느긋하게 일어나면 혀를 차는 사람인데
이렇게 차 안에서 길막힌 대로에서 가만히 있으려니 속이 타겠지.

한의원에서도 본인의 에너지보다 항상 더 사용하고 있으니 스트레스를 받고
발이 차다며 하고 있는 일에 80정도만 하라고 일렀건만 성격이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니 누가 말릴 수 도 없다.

무거운 공기에 나도 질식이 될 거 같아 입을 연다.
'집에 갔다가 다시 나오려면 길 막히니 나는 그냥 내려달라'고 하면서
'그냥 버스를 타고 가겠다;'고 했더니 대답을 하지 않는다.

벌써 화가 났구나.
이전 같으며 그깟일로 그렇게 화 낼 필요가 있냐고 나도 한 소리 했을텐데
삶의 연륜이랄까, 그사람에 대해 어느정도 안다고 생각하니
그냥 한 톤 낮춰 말한다.
"저기 사거리에서 내려 줘. 난 산책하고 들어갈게."
혼잣말인지 자기는 집에 잠깐 들려야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그냥 사거리에서 내렸다.
그리고 작게 말을 했다. "잘 갔다 와."

하늘이 높았던가? 구름이 있었던가?
새들은 음악을 들려 줬던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그냥 걸으니 몸도 마음도 가뿐하고 좋다.
동네 마트에 들려 쌀을 확인하고 역시 비싸다는 결론에
'그냥 인터넷으로 주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