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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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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머리


BY 그린플라워 2026-07-01

경로당에 밥해주는 분이 못 나올 사정이 있다고 밥 한끼를 내게 부탁했다.
모처럼 하는 일이니 안 드시던 음식을 제공하고자 이마트도 안가고 멀리 있는 트레이더스에 남편과 같이 갔다.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에 내리니 카트가 하나도 없길래 1층으로 가서 카트를 가져오자고 하니까 남편이 여기도 있을 거라면서 우기고 막무가내로 입장을 했다.
나는 안될 거라고 했는데 그곳 직원한테 카트 하나 구할 수 없냐고 물으니 하나도 없다고 한다.
남편은 카트없이 장보고 가잖다.
살 거 많다고 카트없이는 장보기 못한다고 했더니 눈을 부라리면서 한끼 밥하는데 뭐 살 게 그리 많냐고 들고나갈 만큼만 사라고 하면서
"확 그냥~ 갈까부다."
하고 사라졌다.
들고간 장바구니에 없어서는 안될 식재료만 몇개 담았는데도 들고 다닐 수가 없어서 매장 구석에 놓고 장보기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카트를 밀고다니면서 나를 찾는 것 같기에 뛰어갔다.
"한번만 더 우겨봐 그냥 가려다가 왔네."
기분 나쁜 상태에서 한마디만 했다가는 매장 난장판될 게 뻔하므로 입 꽉 다물고 최소한의 장보기만 하고 아들 먹을 것도 못 사고 부랴부랴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청양고추지와 오이소박이를 담그느라 밤 열시가 넘도록 저녁식사도 못 했다.
먹을 기분도 아니지만 약 먹어야 하니 삶은달걀과 브로컬리 데친 것만 먹고 말았다.
엄마 모시고 사는 동생네는 동생이 제부가 발작버튼이 켜질 때까지 폭풍 잔소리를 퍼부어서 꼭 난장이 나게 만드는데 우리집은 별 말 안하고 옳은 말만 해도 발작버튼이 켜진다.
할말 다하고 살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 게다.오늘도 남편은 벌점을 저축했다.
언젠가 두배로 갚아줄 날이 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