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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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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몇년만에 이곳에 ...)


BY 바늘 2018-12-08

요즘 어떤 재미에 빠져 계신가요?

누가 그렇게 내게 묻는다면


나는 비교적 빠르게

저는요~ 요즘 도시락 반찬 만드는 재미에 빠져있어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있는 것도 결코 아니건만 무슨 도시락 반찬일까

의구심이 들 수도 있겠으나


하지만 나는 요즘 분명하게 도시락 반찬 만드는 재미에 빠져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직장 10층에는

인지도 있는 유명업체에서 운영하는 직원 대규모 식당이 자리하고 있고

식당에서는 매주마다 식단표가 짜여서


금요일 퇴근 시간 전이면 전 직원의 각자 개인 PC로 어김없이 요일별 식단 메뉴가 전달되어진다


한식, 분식, 중식, 샐러드 등 음식 메뉴도 비교적 다양하고 후식으로는 식혜 유자차 계피차를 비롯하여

원두커피까지 상시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참으로 이상한 것은 같은 식재료로 만들어지는 음식인데도

어쩌면 그렇게 내 입맛에는 뭔가 부족한 듯 아쉬움이 남는 것일까?


먹고 나면 그럭저럭 배고픈 시장기는 충족되지만

쉽게 말해 그냥 참 맛이 없다라는 ...


그래서 일주일 월 화 수 목 금중에 직원 식당과 직장 근처 식당을 적당하게 조율하여

점심을 해결하곤 했었는데



얼마 전부터 동갑 친구가 도시락을 준비해서 다니니까 참 편하고 좋다기에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나도 도시락 멤버에 합류하여 실행에 옮겼는데 

도시락 까먹는(?) 그 재미가 나름 쏠쏠하다 


퇴근하고 집으로 오는 길

일부러 재래시장에 들러 내일 준비해 갈 도시락 반찬 재료를 둘러보곤 한다


시장길로 접어들어 찬찬한 걸음으로 지나다 보면 시장 곳곳에는 삶의 향기가 물씬 풍겨 난다


횟집에 커다란 수족관 앞을 지나다 보면 도심을 떠나 잠시 짠내 나는 바닷가를 살짝 지나는 느낌도 들고

그 횟집 안에 삼삼오오 어둠이 내리는 저녁 시끌하게 회 안주에 한잔 나누는 정겨운 사람들의 모습을

홀깃 보노라면 훈훈한 온기가 뿜어져 나와 참으로 보기 좋다


빈대떡과 모둠전을 푸짐하게 부쳐 소담하게 쌓아놓고 파는 가게 앞을 지나가면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진동하고


떡가게 앞을 또 지나가다 보면 낮시간에 한팩에 2천 원 하던 떡을 저녁시간이면 2개에 3천 원으로 할인한다는

안내 문구가 적혀있고


총각 서너 명이 비닐 방수 앞치마를 두르고 열심히 고기를 썰고 포장하는 정육점 앞 매대에는

돼지고기 소고기 돼지껍질에 족발까지 구색도 빠짐없이 잘 챙겨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쥐포, 오징어포, 마른멸치, 북어포와 양념 김 더불어 각종 견과류를 파는 가게도 지나고


통닭가게와 즉석 곱창볶음점

김밥과 떡볶이 튀김 종류를 파는 분식집


제철 맞은 귤, 사과 키위 포도, 추운 겨울인데도 하우스에서 제배했을 수박까지

사계절을 총망라한 온갖 과일을 판매하는 과일가게 앞도 지나가네요~


오징어, 등푸른 생선 고등어, 은빛 나는 갈치, 꽝꽝 얼어있는 동태, 꼬막, 낙지, 문어 등등

슬쩍 비린내가 나서 생선가게 앞을 지날 때에는 나도 모르게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후다닥 지나갑니다


속옷가게 그릇가게 채소가게 한과를 직접 만들어 파는 과자가게

빵가게 만두가게 족발과 순대를 술과 함께 파는 술집도 지나고


내가 낮에 직장에서 열심히 일했듯이 시장에서는 상인들이 각자의 일터에서 또 열심입니다


오늘 낮에는 직장 바로 건너편에 있는 호텔 지하 칵테일바에서 점심시간에만 잠깐 오픈하는

미니 뷔페에서 식사를 했지만


다음 주에는 또 어떤 도시락 반찬을 준비해 갈까 생각하니

직장으로 소풍 가는 기분까지 드는 겁니다


도시락 반찬 준비하느라 일부러 퇴근길 들러보게 되는 시장길 탐방(?)은

내게 있어 일상의 작은 행복으로 다가오는 소소한 기쁨이 되었습니다


행복은 내가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해진다는 글을 어디선가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오랜만에 이곳을 찾아 토닥토닥 자판 두드리며 글쓰기 하는 이런 시간도

제게는 행복이고 설레이는 기쁨입니다




꼬막무침

잡채

쳥양고추 넣은 쥐포볶음

계란말이

시금치 무침

무말랭이 무침

계란 장조림

멸치볶음

도라지 생채


제가 만들어가는 반찬이 그렇게 맛있다고들 합니다

히힛~


ps-정들고 정주었던 아컴 에세이방 오랜만에 글을 올려봅니다
그동안 아들도 딸도 모두 결혼하여 행복하게 잘 살고 있네요
바늘이는 아직도 직장생활 잘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힘들다는 상담원일을 이제는 하지 않고
기회가 좋아 비교적 편한 곳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모두 ~
그런데 나를 아직 기억하고나 있을까 ㅋ 

아컴과의 인연이 40대에서 50대 그리고 이제 60대로 진입했으니 ...
 
요즘 나는(몇년만에 이곳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