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26

단골손님


BY 그대향기 2017-06-20

 

 

어느 가게나 다 그렇겠지만

우리가게도 단골이 생겼다.

남지장 단골 창녕장 단골

특색이 다 다르다.

 

남지장은 큰텐트만 두 동이다보니

앉을 자리가 따로 없다.

그래도 장날마다 찾아주는

가족과 같은 단골들.

 

장날 파장이 될 때까지

안 보이면 궁금한 단골들이다.

물건을 사 주고 안 사 주고는

두번째 일이고 만나면 반가운 얼굴들.

 

물건값도 후하게 계산하는 편이고

덤이 가기도 한다.

그 맛에 단골이 생기기도 하고

찾아주는 고마움에 정이 더 든다.

 

창녕장은 상가고

쉴 자리도 있으니 단골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느라

몇시간씩이고 쉬었다 가곤한다.

 

내가 생각하는 진짜 단골은

물건을 사 주는 것도 좋지만

가게의 흥망을  쥐고 있는

귀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뜨내기 손님들도 많아야하지만

단골들이 어느 정도 확보가 되어야

가게 운영유지가 되고

더 좋은 물건으로 더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우리가게 단골들이 서서히 자리잡혀간다.

처음 개업하고 궁금해서 와 본 손님중에는

기존 가게에 드나드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분위기상 떨어져 나간 손님들이 더러 있다.

 

그 분위기란 더러 술도 마실 수 있는

그리고 담배도 피우는 문화가 우리가게에는 없다는 거다.

취사도구도 일절 없는

그야말로 옷만 파는 깨끗한 가게가 우리가게다.

 

이런 저런 손님들의 말에 의하면

다른 가게에서는 손님들한테 조촐한 술파티도 자주 열어주고

점심밥도  해서 먹어가며

하루 온 종일 놀다가는 문화라 했다.

 

나는 그리하지 못 하고 안 한다.

술 문화도 못하거니와

밥문화도 하지 않을 작정이다.

옷으로 승부를 걸어야지 다른 것으로는 하지 않을거다.

 

밥을 주고 술을 주면서

옷값은 비싸게 받는다며 투덜거리지만

그 맛으로 또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비싼줄은 알지만 그 문화가 좋아서 간다고.

 

먹을 것을 해 놓았다며 부르고

밥 같이 먹자며 부르고

외상 줄테니 가져가라고 유혹하고

나는 그런 걸 다 무시하고 가게를 한다.

 

자연스럽게 점심시간이 되면 같이 식사를 하는거고

외상은 아예 하지도 않고

술은 일절 대접하지도 않는다.

개인적으로 가게 안에서 여자들이 모여앉아 술 먹는 모습 별로다.

 

그러니 시간이 지나면서 손님들 수준도 달라져간다.

순수 고객들만 모인다.

저녁에 술 대접을 해 주는 곳에는 술 마시는 손님들이 가고

외상을 주는 가게는 외상값이 쌓이는 손님들이 간다.

 

외상은 올가미라 생각하기에

나는 외상사절이다.

그래야 손님들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편하게 출입하라고 외상은 안 주는 걸로 원칙을 정했다.

 

고가구나 자잘한 생활소품들을 좋아하는

알뜰 마니아들이 늘어났다.

장날 그런걸 구경하러 오는 손님층이 점점 늘어났다.

특히 남자손님들이 더 늘어났다.

 

지난 남지장에서는 대학교수님들이

시골장 구경을 왔다가

수석과 바위솔이 심긴 주물럭화분에 반해서

한아름 사 들고 갔다.

 

남방이나 티셔츠도 가격 대비 품질이 너무 좋다면서

운동할 때 입기도 하고

작업복으로 입겠다며

기분 좋게 한 가방 들고 갔다.

 

종종 장 구경을 하면 좋겠단다.

골동품에도 흥미를 느낀다면서

다음 장에 또 놀러 오겠다고 하고 갔는데 모르지.

두 분 교수님들이 아이처럼 신나서 돌아갔으니.ㅎㅎㅎ

 

재래시장의 구경거리가 되고 싶다.

대형마트에 뺏기는 손님들에게

재래시장이 흥미로운 곳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벼룩시장의 다양한 볼거리들을 제공하고 싶기도 하다.

 

더 좋은 골동품들을 더 싼 가격으로

생활용품들을 다양하게 구비해서

누구든 한번 구경하면 재미나고

뭐든 하나씩은 사고 싶은 가게로 만들고 싶다.

 

아직은 더 준비해야하고

더 다양하게 고민도 해야한다.

오늘 우리 상가 앞 상가를 하나 더 세 얻었다.

물건들의 품위있는 진열을 위한 공간으로 쓸 작정이다.

 

골목 하나 사이에 세가 배 정도 차이가 나지만

그래도 앞 골목 목이 좋은 곳으로 했다.

생활소품들과 골동품들의 전시장으로 될 것 같다.

제대로 진열해서 더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 결과다.

건물주인이 얼른 돈 벌어서 자기 집을 사라고 덕담을 했다.

크기는 우리 가게하고 같지만 우리 가게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우리가게는 시장상가의 딱 중심에 있다.

 

진정성있게 손님들을 대하고

성실하게 일을 한다면

손님들도 그렇게 모일 것이고 

품질로 승부를 건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큰 욕심보다는 러시아에 가 있는

둘째의 학비와 생활비를 가게에서 번 돈으로 보내고

가게인수를위해 약간의 대출을 했는데  잘 감당하고

얼마간의 저축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는 손님들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는

창녕에서 가장 싸고 좋은 옷을 파는 가게라고 소문이 났단다.

좋은 일이 있을 거라며 열심히 하라는 응원도 들었다.

주인 인상이 좋아서 대박날거라며 추켜준다.ㅎㅎㅎ

 

겸손하게 감사한 마음으로

더 좋은 옷으로 가게를 환하게 밝힐거고

오는 손님 반갑게 맞을 준비를 하고 출근을 하자로 다짐하며

이 밤 편안한 휴식을 하고 싶다.

 

죽순이는 여전히 매일 서너번씩 출근을 하지만

그 또한 내가 가게를 하는 동안에는

가게의 한쪽 풍경이겠거니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 대신 서서히 입단속은 시킬 작정이다.

 

그게 본인한테도 마음을 터 놓는 친구를 만드는 일이다.

다른 친구의 입을 통해서 들은 바로는

하도 남의 흉을 보고 다니니 진짜 친구가 없단다.

참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