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사랑하는 마음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란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고서야 어찌 그립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봄꽃이 서로 앞을 다투어 피어나는 것을 보니, 서로 서로 다투어 에세이 방에 글을 올리던 작가들이 그립다. 봄꽃처럼 다양한 색깔과 향기로 삶의 모습을 그려내던 작가들, 그 작가들의 글에 댓글을 달며 공감해주던 독자들, 서로를 격려하고 다독이며 힘들고 속상한 날들을 살아내던 이웃들, 표현은 하지 않지만 글을 읽으며 묵묵히 응원하던 숨은 독자들, 모두모두 그립다.
다른 문학 장르와 달리 에세이는 꾸며 쓰는 글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작가와 독자가 친밀감을 느끼고 밀착된다. 그렇기에 서로의 삶에 깊이 들어가 애환을 나누기도 하고, 남의 일도 내 일처럼 생각돼 안타까워하기도 즐거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서로 정이 들고 의지가 되어 동기간처럼 정이 들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에세이 방에 들러 올린 글을 읽었고, 나 또한 하루가 멀다 하고 글을 올렸다.
그런 작가들이 언젠가부터 에세이 방을 떠났다. 나 또한 한동안 떠나있었다. 그것은 개인적인 이유로 글을 쓰기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작가들도 대부분 피치 못할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아니면 글쓰기가 심드렁해져서일까. 아니면 삶이 너무 바빠져서 글을 올릴 시간이 없어서일까. 왕성하게 활동하던 작가들의 근황을 짐작해본다.
맛깔스럽고 깊은 사색적 글을 쓰던 바늘님, 경쾌하면서 재치가 돋보이던 아리님,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글이 좋았던 시냇물님, 어휘력이 뛰어나고 생각이 깊은 글을 쓰던 오월님, 세상의 따뜻하고 정겨운 이야기를 풀어내던 그대향기님, 소박하면서도 정이 묻어나는 글을 쓰던 선물님, 봉사하는 삶과 함께 사랑이 묻어나는 글이 빛나던 별님, 깊은 사유에서 나오는 글을 쓰던 박실이님, 가끔씩 올려도 읽으면 가슴이 따뜻해지던 모퉁이님의 글, 항상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올리던 이루나님, 상쾌하면서도 흡입력 있게 글을 쓰던 도영님, 읽으면 눈을 떼지 못하게 시선을 붙잡던 개망초꽃님의 글, 그 외에 조금은 가물가물해진 숱한 작가들이 떠오른다.
지금도 왕성하게 작가 방에서 글을 쓰는 반가운 살구꽃님, 낸시님, 만석님, 천정자님, 김효숙님, 모란동백님, 세번다님, 말괄량이삐삐님. 새롭게 알게 된 승량님, 마가렛님, 이선네님의 글을 만나, 다시금 아줌마닷컴 작가들의 글을 읽는 요즘이 즐겁다. 그러면서 다시 또 그리운 작가들이 생각난다. 봄을 맞아 새잎이 나고 꽃이 피어나듯, 이곳 에세이 방에서 또 글을 쓰며 마음을 나누고만 싶다. 댓글을 달아주며 격려해주시던 소래포구님과 세뇨라님도, 작가들 못지않게 그리운 이웃들이다.
글을 못 올릴 때도 가끔씩 기웃거리며 에세이 방을 살폈는데, 아마도 예전의 작가와 독자들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서 오늘 이 글을 보고 살며시 미소 지으며 들어와, 내 옆에 앉아 글을 쓰셨으면 좋겠다. 황인영 대표님이 방을 다시 단장하고 청소도 하고, 차까지 마련해 놓았으니 이 아니 좋으랴! 다리 쭉 뻗고 앉아 마음껏 사는 이야기 풀어놓았으면 좋겠다. 묵혀둔 이야기를 그 좋은 글 솜씨로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서로 안아주고 다독여주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정말 좋겠다.
봄이다, 참 좋은 봄날이다. 창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시다. 오랜만에 미세먼지도 걷혔다. 이 좋은 봄날에 그 좋은 글벗들이 찾아와준다면,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을 것 같다. 그리운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해도 좋을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