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방과 후 늘봄학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46

불량주부의 냉장고 청소


BY 비단모래 2017-02-17

 

하루종일 냉장고 정리..냉장고 청소를 했다

 

내게 철저히 유린당하고 방치당했던 냉장고는

 

내게 반기를 들었다

 

진득한 들러붙음과 녹아내리는 시간을 반복하면서

 

주인에게

 

주인의 손길에게

 

외면당하는 분풀이를 하고 있었다

 

 

 

버릴 것

 

시간이 지나면 버려야 하는 것이 이렇게 많은데

 

통통에 담겨

 

그냥 부패되고 있었다

 

 

 

작은 통들이 쏟아져 나왔고

 

낡아진 시간들이 버려졌다

 

쓰레기 봉투는 넘쳐났고

 

두번을 음식물 쓰레기 통을 오갔다

 

 

 

요즘 냉장고 파먹기도 한다는데

 

낮에 동생과 마트를 다녀오는데 언니 냉장고는 파먹기하면 삼년은 먹을겨

 

라는 말이

 

아프게 찔렀다.

 

 

 

언제 있던 떡인지..

 

작년 가을에 삶아놓았던 머위줄기도

 

알수없는 장아찌도

 

색바랜 고기도

 

무능한 주부에게서 버려졌다

 

 

 

왜 그렇게 구석구석 방치한 콩과 깨가 많은지

 

깨끗한 통에 담아 두었고

 

봉지 째 얼마를 있었는지 잡곡 봉지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발 따끈한 밥 해먹어요

 

이런 느낌이었다.

 

 

 

냉장고 아니라

 

창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그렇게 호박즙 양파즙 홍삼즙은 가득한지..

 

유통기한 지난 것을 가위로 잘랐다

 

이게 뭐람..

 

 

 

잘 챙겨서 남편을 먹였으면

 

내가 먹었으면

 

피가되고 살이될 텐데

 

 

 

그리고 냉장고를 싹싹 닦았다

 

명절을 맞아 목욕탕에 가던 그때처럼

 

아주 오랫만에 우리집 냉장고는

 

제 역할을 찾았다.

 

 

 

미안하다

 

불량주부의 정신이 제대로 돌아온 오늘

 

냉장고 다이어트를 해내고

 

깃털처럼 마음 가벼워 졌다.

 

 

내마음에 가득한 쓸데없는 생각

짐도 이렇게 버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