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큰딸램네를 다녀왔다
요즘 직장을 잠시 쉬고 있는 관계로 낮에도 만날 수가 있으니 좋다
우리 집에서도 가까운 편이라 버스를 타고 가도 되고, 운동 삼아 걸어서 다녀올 수가 있으니
오고가는 데 부담은 없다
마침 빙수기계를 샀다며 맛있는 빙수를 해준다고 놀러 오라 한 것이다
손녀가 좋아하는 카스텔라와 모닝빵을 사갖고 오전에 치과에 다녀오는 길에 들렸다
손녀는 유치원에 갔는지라 딸램이 혼자 집에 있다
둘이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더위를 식히다 보니 어느덧 점심 때가 다가왔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는 딸램이 만들어 준 빙수를 둘이 먹으니 오붓하고 좋았다
그런데 눈치도 없는 남편은 자기 점심은 어찌하냐고 전화를 해댄다
'아, 마나님이 없으면 알아서 먹으면 되지 뭘 전화까지 해대나 해대길! ㅉㅉ'
내가 딸램과 둘이 재미나게 보내는 게 부러웠나?
(부러우면 지는거라는 것도 모르시나?)
"반찬 다 있겠다 당신이 알아서 드시우!"하며 전화를 끊었다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 덧 손녀가 유치원에서 올 시간이 되어 차량 내리는 곳으로
함께 나갔다
조금 기다리니 손녀가 차에서 내려서는 나를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할머니, 우리 집에 있는 거 옥상에 심어 주세요!"라고 하자 딸램이
"맞다, 유치원에서 심은 강낭콩이 화분이 너무 작아 옮겨 심어야 하는데!"
하는지라 다시 딸램의 집으로 가서 창틀에 올려 놓은 강낭콩 화분을 손에 들고서
집으로 가져 왔다
집에 와 남편에게
"이거 은재가 옥상에 심어 달래요!"하고 화분을 내려 놓으니
"강낭콩은 줄기를 타고 올라가게 지지대를 세워 줘야 해!"하더니
화분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간다
한참 있다 큰딸램에게 전화가 와 받으니 손녀가
"할머니, 나 이뻐서 빵 사오신 거에요? 고맙습니다!"한다
이렇게 애교가 넘치는 손녀의 재롱때문에 한동안 안 보면 궁금하고 보고 싶어진다
"그래, 우리 은재 맛있게 먹으라고 할머니가 사 준 거에요!"하니 좋아라 하며
"할머니 내가 준 거 옥상에 심었어요?"물어 본다
그 때 마침 옥상에서 내려오는 남편에게 물으니 심었다고 하길래
그걸 사진으로 찍어 딸램에게 보내 주었다
남편이 옥상에서 심고 나자마자 전화가 왔길래
"오메, 은재가 보고 있었나 봐요 어찌 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가 오네요!"
하며 남편도 웃고 나도 웃었다
딸램이 손녀에게 사진을 보여 주니 좋아라 한다
이제 손녀에게 숙제를 받았으니 잘 키워서 강낭콩을 주렁주렁 열리게 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생겼다 ㅎㅎ
(올해 6살이 된 손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