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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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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피였다 지는 시간을 같이하면서


BY 새우초밥 2016-04-03

 

 

    어젯밤 기상 캐스터는 남부지방쪽으로 40m 정도의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디지털 기상판으로 보여주며 외출할시에는 우산을 꼭 준비하라는 애교성 맨트를

    잊지 않았다.

    사실 비가 내릴때 강아지가 눈오는날을 좋아하듯이 비오는날을 너무 좋아하는

    비오는 풍경 자체를 즐길 줄 아는 특이한 성격을 가진 나,

 

    비를 너무 좋아하다보니 그 생각이 집 건축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 바로 밑 단독주택이 밀집되어있는 그곳에 2년전

    목조로 지여진 2층집이 있는데 그집은 한때 길을 오고가는 동네 사람들에게

    한번쯤 사진 촬영 장소로 각광받는 재미있는 집이였다.

    난 그 집을 보면서 내가 돈이 있다면 내 나름대로 내가 집을 건축한다고 보았을때

    어떤식으로 지을지 상상을 해보았다.

    2층에는 테라스를 만들고 벚꽃이 피는 이른 봄날 캠핑가면 볼 수 있는 긴 의자에

    누워서 꽃 구경과 그리고 비오는날에도 누워서 한참동안 비 구경하는 넓은 공간을

    만드는 상상이랄가.

 

    어제 친구 집에 가는 오후 3시 넘어가는 시간에 내방 창문밖으로 보이는 벚꽃들은

    이미 여자들이 밤 늦게 화장을 지우듯이 꽃잎들이 하나씩 떨지고 있지만

    아파트 앞 주차장에는 시집가는 새댁의 얼굴이 막 피여난 꽃봉오리처럼

    3그루의 벚꽃나무에서는 자신들을 바라보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꽃망울이 피여있다.

    바람이 불어오니까 흔들리는 꽃잎이 나의 얼굴 앞으로 스치듯이 떨어진다.

 

    사실 내 방 이중창문중에서 내방쪽 창문을 옆으로 밀어버리면 바깥쪽 창문을

    통하여 일주일동안 아름답게 솜사탕처럼 피여있었던 벚꽃나무를 볼 수 있다.

    하루에 1~2번 마치 예전에 꼭꼭 동굴에 숨겨두었던 보물을 찾듯이

    벚꽃을 보고 있으면 다행이도 사람의 인생은 벚꽃처러 짧지 않아서 좋다.

    그러나 오늘 아침에 창문밖으로 보이는 벚꽃나무의 풍경이란

    어느 바닷가 풍경 좋은곳에서 머물다 사라지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몇일동안

    생활하고 가재도구들을 싣고 사라진후에 보이는 흔적이 있듯이

    벚꽃나무에서 떨어진 잎새들이 보인다.

    어쩜 그렇게도 하루살이처럼 일주일동안 살다 가버리는 흔적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은 그저 오늘 아침에 하늘을 속이고 있는 흐린구름이고 사람의 인생이

    벚꽃의 짦은 인생과 같다면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까마득하지 않을까

 

    그리고 인생의 절반을 살아 온 나에게 벚꽃의 일생을 알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인생을 살아 온것이 아닌지 그러나 아직까지 나에게 다가 올 클라이막스는

    인기척도 느끼지 못할 만큼 아직 펼쳐지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