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광고사장님 죽었다고 연락이 왔어..."
"누구라고? 재작년에 전재산 다 털어서 높은 차 샀다는 그 광고사장님?"
"응....죽은 사람의 폰인데 부고장이야...아들이 보냈다네."
"그렇게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더니 어쩌다가...."
"시설해주러 갔다가 안전사고로 죽었대."
"불쌍해. 몸도 성치않으면서 궂은 일은 다 하더니.."
남편이나 나나 그 사람을 개인적으로는 큰 친분이 없는 사이다.
일관계로 몇번 만난 적은 있지만 같이 식사도 한끼 한 적 없다.
그래도 지나칠 때 마다 반갑게 인사하고
때마다 문자로 안부를 전해주는 성실한 사람이다.
한쪽 팔과 다리가 짧고 입이 한쪽으로 살짝 비뚤어진 장애가 있다.
그의 아내는 약간의 지적장애가 있다.
그런 장애가 없다면 참 예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하고 의사소통이 좀 어렵고 고집이 쎄다.
늘 남편의 근심거리고 보호가 필요한 아내다.
시장터에서 부식가게를 하며 남편은 부식을 사다 나르고
아내가 장사를 했는데 손님들하고 자주 실랑이가 벌어지는 모습이었다.
장사는 흥정도 필순데 그 아내는 그걸 잘 못했다.
손님이 조금이라도 자기 기분에 안 맞으면 안 판다고 내 쫒고 말았다.
그러니 그 부식가게가 오래갈리 없었다.
남편은 돈되는 일이라면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온갖 잡일을 전전했다.
그러다가 전 재산을 다 털고 빚까지 얻어 큰 차를 사더니.....
만 3년도 못 되어 사고가 나고 말았다.
안타깝다.
성치못한 아내를 두고 어찌 갔을까.
사고로 주었다니 유언도 못했겠다.
아직은 너무 아깝고 젊은 나이다.
사람의 일은 한치 앞도 장담을 못한다더니 두렵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로 생을 마감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더 당혹스럽다.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미있게 잘 죽는 것도 중요하다.
준비된 죽음 웰다잉~
내 의지대로 내 희망사항이 포함된 준비된 죽음
그게 어디 쉬울까만 그래도 이번처럼 이런 사고사는 죽는 사람도 남는 가족들도 다 아쉽다.
산 사람은 어째도 살아가기마련이지만 젊은 나이에 준비없이 당한 죽음은 ....
그래서 누군가는 그랬다.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 살라고.
오늘은 내 남은 생에서 두번 다시는 오지 않는다.
물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단 한번으로 끝이다.
치열하게 살아도 모자랄 순간들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내 삶이 끝날건지 모른다.
바라는 마음은 이제는 가도 좋을만큼 충분히 산 다음이었으면 좋겠다.
그게 몇살이나 될런지도 모르고.
아파서 오래오래 고생은 안했으면 한다.
너무 젊은 나이에 사고가 나지 않기도 간절히 바란다.
남편이나 자식들한테 험한 일이 없기는 더 간절히 바란다.
내 몸을 내 의지대로 움직이다가 남들 다 사는 평균연령은 넘어서 가기를 바란다.
맛있는 음식을 보고 참아야하거나 소화를 못 시키는 일이 없기를.
내 손으로 생리현상을 처리하기를.
식탐이나 노욕이 안 생기도록.
내 집에서 내 정든 침대에서 내 가족과 함께 마지막을 맞이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