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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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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의 이름으로 온 부고


BY 그대향기 2016-02-28

"여보, 광고사장님 죽었다고 연락이 왔어..."

"누구라고?​ 재작년에 전재산 다 털어서 높은 차 샀다는 그 광고사장님?"

"응....죽은 사람의 폰인데 부고장이야...아들이 보냈다네."

"그렇게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더니 어쩌다가...."

"​시설해주러 갔다가 안전사고로 죽었대."

"불쌍해. 몸도 성치않으면서 궂은 일은 다 하더니.."

남편이나 나나 그 사람을 개인적으로는 큰 친분이 없는 사이다.

일관계로 몇번 만난 적은 있지만 같이 식사도 한끼 한 적 없다.

그래도 지나칠 때 마다 반갑게 인사하고

때마다 문자로 안부를 전해주는 성실한 사람이다.

한쪽 팔과 다리가 짧고 입이 한쪽으로 살짝 비뚤어진  장애가 있다.​

그의 아내는 약간의 지적장애가 있다.

그런 장애가 없다면 참 예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하고 의사소통이 좀 어렵고 고집이 쎄다.

늘 남편의 근심거리고 보호가 필요한 아내다.

시장터에서 부식가게를 하며 남편은 부식을 사다 나르고

아내가 장사를 했는데 손님들하고 자주 실랑이가 벌어지는 모습이었다.

장사는 흥정도 필순데 그 아내는 그걸 잘 못했다.

손님이 조금이라도 자기 기분에 안 맞으면 안 판다고 내 쫒고 말았다.

그러니 그 부식가게가 오래갈리 없었다.

남편은 돈되는 일이라면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온갖 잡일을 전전했다.

그러다가 전 재산을 다 털고 빚까지 얻어 큰 차를 사더니.....

만 3년도 못 되어 사고가 나고 말았다.

안타깝다.

성치못한 아내를 두고 어찌 갔을까.

사고로 주었다니 유언도 못했겠다.

아직은 너무 아깝고  젊은 나이다.​

사람의 일은 한치 앞도 장담을 못한다더니 두렵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로 생을 마감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더 당혹스럽다.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미있게 잘 죽는 것도 중요하다.

준비된 죽음 웰다잉~

내 의지대로 내 희망사항이 포함된 준비된 죽음

그게 어디 쉬울까만 그래도 이번처럼 이런 사고사는 죽는 사람도 남는 가족들도 다 아쉽다.

산 사람은 어째도 살아가기마련이지만 젊은 나이에 준비없이 당한 죽음은 ....

그래서 누군가는 그랬다.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 살라고.

오늘은 내 남은 생에서 두번 다시는 오지 않는다.

물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단 한번으로 끝이다.

치열하게 살아도 모자랄 순간들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내 삶이 끝날건지 모른다.

바라는 마음은 이제는 가도 좋을만큼 충분히 산 다음이었으면 좋겠다.

그게 몇살이나 될런지도 모르고.​

아파서 오래오래 고생은 안했으면 한다.

너무 젊은 나이에 사고가 나지 않기도 간절히 바란다.​

남편이나 자식들한테 험한 일이 없기는 더 간절히 바란다.

내 몸을 내 의지대로 움직이다가 남들 다 사는 평균연령은 넘어서 가기를 바란다.

맛있는 음식을 보고 참아야하거나 소화를 못 시키는 일이 없기를.

내 손으로 생리현상을 처리하기를.

식탐이나 노욕이 안 생기도록.

내 집에서 내 정든 침대에서 ​내 가족과 함께 마지막을 맞이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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