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들어 때 아닌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근육질이 많은 체질이라 살이 잘 오르지도 않지만 잘 빠지지도 않는 편이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혈액검사를 할 일이 있었다.
정기건강검사 때 대장수면내시경도 했는데 남편이 배변검사도 해 보자고 그랬다.
수면내시경 한지도 얼마 안되고 해서 마다고 했더니 같이 해 보잔다.
친정아버지가 위암과 대장암으로 돌아가셨고 오빠가 대장암 수술경력이 있어서
대변에 조금만 이상징후가 있어도 늘 긴장하고 불안하긴하다.
그래서 대장내시경이나 위내시경은 자주 하는 편이다.
할 때 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 든다.
검사실에서 수면제가 주사된 후 그 잠깐의 시간 동안
까무룩 잠들 때 까지 내 온 신경은 이미 초죽음이다.
콩알만한 용종 하나 없이 깨끗한 내 장기들한테 그저 고마울 뿐이다.
위장은 아예 핑크색이란다.
어린아이와 같이 아주 깨끗하다니 얼마나 고마운지....
배변검사도 음성으로 나왔다.
그 어떤수치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고맙다,.
병원에 온 김에 피검사도 한번 더 해 보고 혈압도 재 보고 가자는 말에 무심하게 검사를 했다.
그런데 표준치보다 다 조금씩 높았다.
혈압도 당수치도 지방간도.
친정엄마가 당뇨와 혈압약을 드셨고 친정오빠도 당뇨가 있다고 했다.
내 식습관으로 봤을 때는 이런 질병이 쉽지 않다고 본다.
과식이나 육식 거의 없고 자극적이거나 인스턴트음식도 멀리한다.
그런데 너무 뜻밖이어서 나도 놀랐지만 남편이 더 놀랐다.
당신이 무슨.....
어이상실.
그래서 특단의 조치를 하기로 했다.
일단 체중을 좀 줄이고 한달 후에 다시 검사해 보자고.
당뇨약을 복용할 단계는 아니고 소변에 당도 나오지 않으니 지켜보잔다.
비형간염 접종도 다 했는데 지방간으로 인한 간수치가 좀 높게 나온단다.
간장약을 받아왔다.
혈압약은 아직이라 체중이 줄면 다 좋아질 수 있다니 다시 검사해 보기로했다.
어릴 때 부터 어른들이 그러셨다.
니는 뼈대가 장군감이라고....
정말 그렇다.
나는 뼈대가 굵고 튼튼하다.
몸에 살도 근육이 더 많은데 이를 어쩌나.
살을 빼려면 힘 좀 들게 생겼다.
제일 먼저 밥그릇을 확 줄였다.
부페식으로 하던 밥을 아주 작은 간장종지로 정했다.
어른 숟가락으로 세 숟갈정도?
백미밥보다 잡곡밥으로 하고 싱거운 반찬으로 하도록 노력한다.
브로컬리나 두부 파프리카를 간 없이 그냥 먹는다.
국도 건더기만 먹고 국물은 자제한다.
그 동안 거실 구석에 쳐 박아 뒀던 트위스트런을 다시 꺼내 돌리고 돌리고.
낮에나 저녁 무렵 2키로쯤 빠르게 걷는다.
걸으면서도 이해가 안되기는 마찬가지다.
내가 왜?
아버지와 오빠의 병력 때문에 얼마나 조심하고 조마조마 살았는데....
일단 더 늦기전에 내 몸을 조치하라는 경고로 받아 들이기로 했다.
다른 암이나 더 큰 질병이 안 나온게 얼마나 감사한지.
오늘 가까운 지인의 미혼 딸이 유방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얼마나 참담하고 무서울까....
몇년 전에 남편을 갑자기 보내고 또 딸까지.
그런 사람에 비하면 나는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 내렸다.
아직 아이들 시집장가 보내고 뒤 봐 주려면 할일이 많은데 내 몸을 잘 챙겨야한다.
집안에 아내의 자리 엄마의 자리가 얼마나 중한데 정신을 가다듬자.
이쯤에서 다잡으라는 고마운 신호로 받아들이자.
지천에 널린 약초들을 잘 알아봐야겠다.
우선 양파즙부터 매일 먹고 물을 자주 마셔주면서 내 몸 보링에 들어가야겠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 그냥 책만 여러권 읽은 신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