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가 저물고 있다.
지난 한해는 참 다양했다.
몸이 따라주지 않는 일을 하다가 건강을 해쳤으니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돌이켜보면 학교 급식일도 힘이 들었고 고모와 종일 화투를 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나이가 드니 열심히 사는 일이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일을 깨달았다.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 일은 다 접기로 한다.
노인 자살의 원인이 빈곤 때문이라는 기사에 슬프다.
함께 살자는 아들의 말에 사양했지만 언제고 형편이 여의치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아들의 말을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수술 후에 완쾌가 느림보 걸음을 한다.
보호대를 두르고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일이 이제 거의 습관이 되어가고 있다.
주말이면 아이들이 와서 품으로 달려든다.
“얘들아 아빠가 말했지? 할머니는 허리 수술 하셔서 너희들을 안아주지 못해.
알았지?“
아빠의 말에 아이들은 내 눈치를 살핀다.
“아직 많이 아파요?”윤지의 말에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안심을 시킨다.
“할머니 안아프세요.”
아프지 마세요 라는 말을 윤하가 어렵게 말해서 웃는다.
요즘은 아들이 미리 알리지 않고 불쑥 들어온다.
미리 말하면 내가 먹거리 준비를 할 것 같아서 연락을 안 하는 거라고 말했다.
배려가 깊은 아이다.
고맙다.
젊은 시절에는 큰 수술을 했어도 회복이 빨랐다.
이제 나이를 실감한다.
척추에 물혹을 자르고 뼈를 깍아 내고 나니 마비가 왔던 다리가 돌아오긴 했지만
행동이 어눌해졌다.
자꾸 걸려 넘어지려고 하고 층계가 겁이 나서 피하게 된다.
어느새 이렇게 나이를 먹었을까.
이렇게 늙어 가는가보다.
삶이라는 게 별거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늙어가는 증거겠지.
무언가 이룰 것 같은 기대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던 시절엔 의욕이 있었다.
이제 정리를 해야겠다.
의욕이 없다는 것은 정리할 시기가 왔다는 의미다.
남에게 쓸데없는 충고를 해서 상처를 준 적은 없었는가.
있다.
잘난 척 한 죄를 반성한다.
내게 상처 준 사람을 용서하는 법도 터득해야겠다.
그 사람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겠지.
예기치 않게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던 고모를 보면서 정리라는 과제가 와 닿는다.
떠나신 아버지 어머니와 고모님이 보고 싶다.
세분이 만나서 반가우셨을까.
고요하고 평화롭게 살다 갈 일만 남았다.
예전에는 한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하나의 나락으로 내려섰다는 느낌이다.
누구에게나 삶이란 그런 것이다.
삶에 대해서 더 이상 기대하지 말고 더 이상 꿈꾸지 말고 현실을 있는 그래도 받아들이면
그 또한 행복이 아닐까.
2015년이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머지 않아 우리는 새해 인사를 나누며 새해엔 더 행복하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지..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이다.
올 한해 마무리를 하면서 2016년에는 나의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