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왔는데 넘 춥다~"
친구에게 톡을 하고 카페 입구에 서 있으니
저쪽에서 친구가 헐레벌떡 뛰어온다.
만날 때마다 먼저 도착해서 날 기다리던 친구였는데
이날을 바빠서 살짝 늦었단다.
추워서 걸어다니기도 귀찮고 그냥 카페에 들어갔다.
그윽한 향과 모던한 인테리어가 마음의 평화를 준다.
따뜻한 커피가 이때처럼 땡길 때가 또 있었을까...?
친구는 롱 블랙을, 난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호주에선 아메리카노를 롱 블랙이라고 한단다.
호주에서 건너온 수입 카페에서 호주식으로 커피를 마시는
요즘이 낯설진 않지만
세상이 날로 바뀌고 하루가 다르게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아진다.
"커피야 넌 왜이리 향과 맛이 좋아 나를 미치게 하니?"
카푸치노가 내 마음을 빼앗았다.
벨벳처럼 부드러운 밀크 폼이 나의 입안을 풍요롭게한다.
쿠션감이 좋고 개성있게 연출된 빨강, 검정 쇼파가 이쁘다.
우리집 가죽쇼파를 이 쇼파와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안락한 쇼파에 앉아 수다떠는 여자 둘 건너 편에
젊은 여성 셋이 우리처럼 수다를 즐겁게 떨고있다.
참 예쁜 나이같아 쳐다보는데
그쪽도 우리를 의식했는지 동시에 쳐다본다.
어색한 웃음을 잠시 나누면서.
나이가 뭘까?
예전에는 느끼지도 못했고, 남 이야기 같았는데
이젠 나이로 여러가지 제약을 받는다.
남편도 50의 중반나이로 사회생활에 점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나또한 가끔 일을 하려고 하면 나이에 덜컥 걸린다.
10년 후엔 청년의 고학력 80만여명이 실업자란다.
벌써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우리 아들, 딸들이 한창 일을 할 때인데
우리나라가 점점 걱정이 된다.
세계로 눈을 돌리고 일자리를 알아봐야 되는건지...
난 2,30대를 걱정없이 직장생활하면서 잘 보냈는데 말이다.
친구는 당장 발등의 불을 끄기 바쁘단다.
정시 준비를 하는 아들이 있기에.
그래도 생활의 여유가 있어서 고급문화를 찾는 친구다.
나에겐 뭐가 급할까?
손목 치료, 아들 원룸 알아보기, 내 일자리 찾기,.........
분명 내가 어렸을 때보다 생활은 여러가지로 윤택해졌는데
그전같이 행복하진 않다.
욕심이 많아진걸까?
난 욕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서
그 마음이 욕심으로 가득찬 건 아닌지...
마음이 허전해서 친구와 잠깐 만났지만
돌아서는 발걸음이 허전하긴 마찬가지다.
바람이 점점 차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