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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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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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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서.....


BY 이루나 2015-09-29

​​​​​요양 보호사 교육중에 요양원에서 80 시간을 실습 해야하는 과정이 있었다.

9월 초순 화천에 있는 요양원으로 5일간 실습을 갔는데 첫날 방마다 청소부터

하라는 요양원 관계자의 말에 방청소를 하러 들어 갔다 .

" 안녕하세요 방청소 해드릴께요 " 인사를 했더니 " 누구야? " 하신다 .

" 청소 하러 왔어요 " " 어디서 왔어? "  "춘천에서 왔어요" " 몇살이야 ?"ㅎㅎ

청소를 마치고 다음 방 그 다음 방 을 닦고 있는데 할머니가 찾아왔다 .

당신방은 안 닦았단다 . 배운대로 시비를 가리지 않고 " 네 알았어요 닦아 드릴께요 "

다시 한번 더 닦아 드리고  ​할머니들이 모여계신 거실을 닦고 있는데 다시 오셔서

당신방을 안 닦았단다 ." 할머니​ 아까도 닦았는데 안 닦았다고 해서 제가 또 닦아

드렸잖아요" 아니란다 . 하아~ 내가 확인 시켜 드릴려고 처음보다 더 많은 말을 하고

할머니의 짙은 스멜을 맡으며 안아까지 드렸는데 ..... 흠 ..... 알겠어요 . 다시 닦아 드릴께요 .

다시 가서 닦는데 신경질을 내시면서 하시는 말이 거실 닦던 걸레를 ​바꾸지도 않고

닦으면 거기 것 을 여기에 다 묻히는 거란다 .​ 이정도의 인지력 이면 치매가 살짝

오신 거라면 다 알고 있으면서 날  골탕​ 먹이시는 구나 ? 의심이 들었다.

걸래를 바꾸자 마자 닦아 달라신 거라 그렇지 않다고 하자 그래도 못 미더워 하신다 .

청소를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자 와상으로 아예 누워서 링거식을 드시는분 3명을 제외한

15명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 중 단 네분만 자기발로 식당을 갈수있고 나머지는 휠체어에

태워서 모셔야 했다 . 그렇게 간 식당에서 자기 손으로 못 드시는  분이 여섯 분 이었다 .

식사 도움을 하고 늦은 점심을 먹고 치우고 나니 오후 2시30분 할머니들이 모여계신

거실로 가니   할머니 한분이 손짓으로 당신옆에 앉으라신다 .

충남 예산서 오셨다는 할머니가 딸만 여섯을 두셨는데 딸 들이 모두 부자라 서울서

어마 어마하게 잘하고 산다는 소리를 랜덤으로 무한 반복 하신다 .ㅎㅎㅎ

거실 쇼파에 앉아 바로 옆에서 한뼘도 안되는 거리에서 이야기를 하시는데 할머니

입에서 나온 비말이​ 내 얼굴로 무지 막지하게 덮쳐서 내 얼굴이 축축하다.

대답은 해 드려야 겠고 속수무책으로 튀긴 할머니의 침 방울에 내 입술이 촉촉하다 .​

앞에 있던 할머니가 입을 삐죽이신다 .

살그머니 일어나 화장실로 가서 물 티슈로 입술 주위를 닦고 30센티쯤 떨어져서 이야기를

해야 겠다고​ 생각 하면서 자리로 돌아와 앉아 다른 분 과도 이야길 해보니 의외로 충남

공주요 , 서울이요 , 오산이요 하신다 .

쯧 ..... 어마 어마하게 잘 살면 뭐 할것인가 ? 가까운 곳 에도 요양원은 얼마든지 있을 터인데

가까이 있으면 자주 찾아봐야 한다는 부담에 아예 먼 곳에 모셔다 놓은 속내가 보인다.

" 할머니 아리랑이나 부를까요 ? " 했더니" 할줄알아 " 하시기에 " 할머니가 가르쳐 주시면

하지요 . 할머니가 첫 소절을 부르고 내가 따라 부르자 할머니들 신이났다 .

춤을 덩실 덩실 추면서 노시는데  한분이 유난하게 인상을 찌푸리며 신경질을 낸다 .

" 난 저렇게 노는게 싫어 " 하신다 . 흠 ..... 어차피 다 맞춰 줄수는 없겠지.

날마다 똑 같은 일상으로 휠체어에 앉아 있거나 침대에 누워서 아무 하는일 없이 통증과

싸우면서 자력으로 할수 있는게 거의 없이 대. 소변 조차 기저귀에 의지해야 하는 그분들을

보면서 그때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자식들과 떨어져 버려 졌다는 자괴감이

있는데다  노인성 우울증이 있는지라 웃는 얼굴이 거의 없었는데 그 중 한분은 항상 웃고 계셨다 .

편마비가 심해서 다리가 전부 휘어서 보조기 없이는 혼자 서지도 못 하시고 얼굴까지

반은 휘어 지셨지만 항상 웃고 계시니 내가 보기엔 천사의 얼굴 이었다.

모두들 그 할머니 에게는 친절하다  ​미움도 이쁨도 다 나에게서 나온다 .

그 분이 평생 어떻게 살아 왔는지 어떤 성격으로 살아 왔는지가 조금씩 읽혀 지면서

스스로 나를 돌아 보았다 . 마지막 날 원장님이 그동안 수고 했다며 함께 차를 마시면서

소감을 묻는다 . "원장님 저는  이 일을 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

나는 그때에 어떤 모습일까 어떤 얼굴로 마무리를 할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

" 그랬군요 . 맞아요 자원 봉사자 들 에게도 어떤분은 고맙다고 하는데  단 한번도 고맙다

소리를 안하시는 분도 있지요 ​지금까지 나도 한번도 그런소리 못 들어 본 분이 있어요."

어떤 분 인지 알 것 같았다 . 어느 말 많던 t.v 프로의 제목처럼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값진

시간 두고 두고 기억 해야지 . 방글 방글 천사 할머니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