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 보호사 교육중에 요양원에서 80 시간을 실습 해야하는 과정이 있었다.
9월 초순 화천에 있는 요양원으로 5일간 실습을 갔는데 첫날 방마다 청소부터
하라는 요양원 관계자의 말에 방청소를 하러 들어 갔다 .
" 안녕하세요 방청소 해드릴께요 " 인사를 했더니 " 누구야? " 하신다 .
" 청소 하러 왔어요 " " 어디서 왔어? " "춘천에서 왔어요" " 몇살이야 ?"ㅎㅎ
청소를 마치고 다음 방 그 다음 방 을 닦고 있는데 할머니가 찾아왔다 .
당신방은 안 닦았단다 . 배운대로 시비를 가리지 않고 " 네 알았어요 닦아 드릴께요 "
다시 한번 더 닦아 드리고 할머니들이 모여계신 거실을 닦고 있는데 다시 오셔서
당신방을 안 닦았단다 ." 할머니 아까도 닦았는데 안 닦았다고 해서 제가 또 닦아
드렸잖아요" 아니란다 . 하아~ 내가 확인 시켜 드릴려고 처음보다 더 많은 말을 하고
할머니의 짙은 스멜을 맡으며 안아까지 드렸는데 ..... 흠 ..... 알겠어요 . 다시 닦아 드릴께요 .
다시 가서 닦는데 신경질을 내시면서 하시는 말이 거실 닦던 걸레를 바꾸지도 않고
닦으면 거기 것 을 여기에 다 묻히는 거란다 . 이정도의 인지력 이면 치매가 살짝
오신 거라면 다 알고 있으면서 날 골탕 먹이시는 구나 ? 의심이 들었다.
걸래를 바꾸자 마자 닦아 달라신 거라 그렇지 않다고 하자 그래도 못 미더워 하신다 .
청소를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자 와상으로 아예 누워서 링거식을 드시는분 3명을 제외한
15명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 중 단 네분만 자기발로 식당을 갈수있고 나머지는 휠체어에
태워서 모셔야 했다 . 그렇게 간 식당에서 자기 손으로 못 드시는 분이 여섯 분 이었다 .
식사 도움을 하고 늦은 점심을 먹고 치우고 나니 오후 2시30분 할머니들이 모여계신
거실로 가니 할머니 한분이 손짓으로 당신옆에 앉으라신다 .
충남 예산서 오셨다는 할머니가 딸만 여섯을 두셨는데 딸 들이 모두 부자라 서울서
어마 어마하게 잘하고 산다는 소리를 랜덤으로 무한 반복 하신다 .ㅎㅎㅎ
거실 쇼파에 앉아 바로 옆에서 한뼘도 안되는 거리에서 이야기를 하시는데 할머니
입에서 나온 비말이 내 얼굴로 무지 막지하게 덮쳐서 내 얼굴이 축축하다.
대답은 해 드려야 겠고 속수무책으로 튀긴 할머니의 침 방울에 내 입술이 촉촉하다 .
앞에 있던 할머니가 입을 삐죽이신다 .
살그머니 일어나 화장실로 가서 물 티슈로 입술 주위를 닦고 30센티쯤 떨어져서 이야기를
해야 겠다고 생각 하면서 자리로 돌아와 앉아 다른 분 과도 이야길 해보니 의외로 충남
공주요 , 서울이요 , 오산이요 하신다 .
쯧 ..... 어마 어마하게 잘 살면 뭐 할것인가 ? 가까운 곳 에도 요양원은 얼마든지 있을 터인데
가까이 있으면 자주 찾아봐야 한다는 부담에 아예 먼 곳에 모셔다 놓은 속내가 보인다.
" 할머니 아리랑이나 부를까요 ? " 했더니" 할줄알아 " 하시기에 " 할머니가 가르쳐 주시면
하지요 . 할머니가 첫 소절을 부르고 내가 따라 부르자 할머니들 신이났다 .
춤을 덩실 덩실 추면서 노시는데 한분이 유난하게 인상을 찌푸리며 신경질을 낸다 .
" 난 저렇게 노는게 싫어 " 하신다 . 흠 ..... 어차피 다 맞춰 줄수는 없겠지.
날마다 똑 같은 일상으로 휠체어에 앉아 있거나 침대에 누워서 아무 하는일 없이 통증과
싸우면서 자력으로 할수 있는게 거의 없이 대. 소변 조차 기저귀에 의지해야 하는 그분들을
보면서 그때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자식들과 떨어져 버려 졌다는 자괴감이
있는데다 노인성 우울증이 있는지라 웃는 얼굴이 거의 없었는데 그 중 한분은 항상 웃고 계셨다 .
편마비가 심해서 다리가 전부 휘어서 보조기 없이는 혼자 서지도 못 하시고 얼굴까지
반은 휘어 지셨지만 항상 웃고 계시니 내가 보기엔 천사의 얼굴 이었다.
모두들 그 할머니 에게는 친절하다 미움도 이쁨도 다 나에게서 나온다 .
그 분이 평생 어떻게 살아 왔는지 어떤 성격으로 살아 왔는지가 조금씩 읽혀 지면서
스스로 나를 돌아 보았다 . 마지막 날 원장님이 그동안 수고 했다며 함께 차를 마시면서
소감을 묻는다 . "원장님 저는 이 일을 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
나는 그때에 어떤 모습일까 어떤 얼굴로 마무리를 할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
" 그랬군요 . 맞아요 자원 봉사자 들 에게도 어떤분은 고맙다고 하는데 단 한번도 고맙다
소리를 안하시는 분도 있지요 지금까지 나도 한번도 그런소리 못 들어 본 분이 있어요."
어떤 분 인지 알 것 같았다 . 어느 말 많던 t.v 프로의 제목처럼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값진
시간 두고 두고 기억 해야지 . 방글 방글 천사 할머니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