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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젊은 나이에 이곳에 오게 됐을까?


BY 한이안 2015-09-29

어쩌다 이곳에 오게 됐을까?

 

추석날 오전, 난 내 밭에서 거둬들인 먹거리들을 삶고 부치고 한다. 엄마 아버지께 드릴 제사음식이 두어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다.

 

고추 전, 부추 전, 호박 전, 고구마 전, 감자 전, 삶은 땅콩, 검정깨로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흑임자 인절미. 그리고 과일과 술.

 

3시가 다 되어갈 때쯤 동생에게서 출발했다는 전화가 온다. 강경 젓갈 판매 상점 앞에 주차를 하고 동생네 차로 옮겨 탄 후 엄마와 아버지를 모신 곳으로 달린다. 가을볕이 따갑다. 습기 하나 없는 것처럼 고슬고슬한 햇살이 여름 햇볕 못지않다. 습기만 풀어놓으면 여름날이라 해도 잡아떼지 못할 듯하다.

산 속에 자리 잡은 납골당으로 들어선다. 한데 제 지내는 건물 입구에 사람들이 제법 모여 있다.

이 시간에도 제법 오는구나?” 하는 내 말에

가는 길에 들르나봐.” 하고 동생이 대꾸한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 조금이라도 순서를 앞당길 생각에 얼른 사람들 속으로 끼어든다. 그리곤 입구에 웅성웅성 서있는 사람들 눈치를 본다. 몇 번째로 차례가 올까? 난 사람들의 표정을 짧게 살피고는 느긋하게 기다릴 생각으로 건물 안에 눈빛을 고정한다.

한데 느낌이 심상치 않다. 동생 내외가 소근댄다. 한쪽으로 비껴 있던 내겐 그냥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일 뿐인데. 그래 무심하게 건물 안을 보면서 내 나름의 잣대질을 하고 있던 차다. 다음 사람을 생각해서 빨리 지내고 자리 좀 내주지.

젊은 사람이야.”

영정 사진도 있어.”

동생 내외가 한마디씩 내게 건넨다.

난 뭔 소리인가 한다.

죽은 지 얼마 안 됐나봐? 젊은 사람이야.”

난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다.

젊을 때 사진을 쓰는 사람도 있어.”

난 젊다는 것에 무심하게 반응한다. 갈 때 되면 가는 게 인간의 삶 아닌가? 그리 생각하고 만다.

청년 같아.”

내 말에 동의할 수 없는지 다시 한 번 동생의 말이 건너온다. 나는 고개를 기울여 안쪽을 본다.

“4~50은 되겠는데?”

청년 같다는 동생의 말과는 달리 사진 속 남자의 얼굴에 4~50년 시간의 흔적이 있다.

그때, 옆에 서서 안쪽을 보고 있던 여자가 흑흑 흐느낀다. 그제야 난 입구에 서있는 사람들이 일행이라는 걸 알아챈다. 조금 미안한 생각이 다가온다. 그래 입을 다물고 만다.

두 번 절해!”

누군가 한쪽에 서서 초등학교 저학년 쯤 될 듯한 남자 애를 제사상 앞에 세우고 말한다. 안에서 흑흑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온다. 참고 있던 울음보가 터진 모양이다.

사람의 목숨, 하늘에 달렸다지만 이렇게 서둘러 거둬가는 이유는 뭘까? 애꿎게 하늘을 탓하며 들어가자는 동생의 말이 들려올 때까지 안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지켜본다. 들어가면서도 난 눈길을 거두지 못한다.

1972년 생. 영정 사진 옆에 놓여 있는 유골함에 쓰인 년도를 읽는다. 헤아려보니 우리나이 44이다.

발인인가 봐?” 동생이 말은 못하고 고개만 끄덕끄덕한다. 우린 얼른 엄마 아버지께 제를 올리고 서둘러 나온다.

사람 목숨, 하늘이 쥐고 있다지만 이 젊은 사람을 무슨 이유로 이곳에 끌어다 놓았을까? 이렇게 서둘러 잠재우지 않아도 될 듯한데???’

젊은 나이에 끌려간 삶이 넘의 일 같지 않게 애달프다. 50고개를 넘어서고, 20대의 팔팔함이 물러간 내게 젊은 남자의 죽음은 한없이 애처롭게 다가온다.

젊은 나이에 어쩌다 이곳에 오게 됐을까? 하늘이여, 이곳이 잠시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의 일상을 떠나온 소풍이라 해도 최소 80까지는 머물게 해주오!! 내 아버지가 살다간 햇수만큼 머물다 가게 해준다면 더더욱 좋고요.’

난 내 죽음을, 아니 삶을 가늠해본다. 돌아갈 시간을 안다면 어떨까?

가을볕은 따가운데 왜 그 볕에서 싱그러움이 느껴지지 않고 버석거리는지. 축복처럼 구름에 가린 곳도 없이 퍼붓는 따가운 햇살이 무심하게 느껴진 추석날의 무상감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