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넘어오니
가을이 먼저와 기다리고 있었다.
흙빛 산벚나무 이파리를 따서
골짜기 물에 던지며 서 있었다.
미리 연락이라도하고 오지라고 그랬느냐는 내말에
가을은 시든 국화빛 얼굴을 하고
입가로만 살짝 웃었다.
웃는 낯빛이 쓸쓸하여
풍경은 안단테 안단테로 울고
나는 가만히 가을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서늘해진 손으로 내 볼을 만지다
내 품에 머리를 기대오는 가을의 어깨 위에
나는 들고 있던 겉옷을 덮어주었다.
쓸쓸해지면 마음이 선해진다는 걸
나도 알고 가을도 알고 있었다.
늦은 가을 오후
- 도종환님의 가을 오후 -
하늘 쳐다보기를 좋아하는 나.
현관문을 나서서 일층에 발이 닿으면
제일 먼저 하늘을 쳐다보며 인사를 나눈다.
9월의 하늘은 파랗고 눈부시다.
너무 갑작스레 가을이 우리 앞에 와 있다.
내 손끝이 잠시라도 하늘에 닿을 수 있다면...
남자는 말없이 앞만 보고 걸어간다.
삐죽거리며 뭐가 그리 바쁘냐고 물으면
뭘 볼 게 그리 많냐고 되묻는다.
예전의 낭만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늘 바쁜 행동이다.
인사동엔 늘 사람이 넘쳐난다.
오색의 한지와 우리의 것들이 나를 반긴다.
"어머나~~ 너무 이쁘다."
사고 싶은게 너무 많아진다.
남자는 마지못해 옆에서 함께 봐 준다.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준비한다는 것은 행복하고 기쁜일이다.
감과 쪽으로 천연염색했다는 머플러가 눈에 와닿았다.
"부부가 하면 어울리겠지?"
"괜찮네..."
카키색과 감색으로 결정을했다.
"와! 와인 홀더도 넘 예쁘다.
이것도 하나 살까?"
"또?"
" 와인 좋아하니까
와인 홀더가 함께하면 더 멋지게 와인을 마실 것 같은데?
옻칠도 여러번 했다고 하니까
좋아할 것 같아"
남자는 그저 웃으면서 포장을 부탁한다.
내가 선물을 받는 것도 아닌데
왜 내가 선물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을까?
선물 고르는 재미에 여자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