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집 옆에 텃밭을 일구는 분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분은 늘 내게 사랑스런 마음과 함께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늘 상 하는 말이 고마와라고 하곤 하기 때문이다
내 하는 일이라야 호박넝쿨을 걷어 올려 주고 호박 찾아 주고 가끔 지나 다가 말 좀 붙이는게 고작이다
하나 또 있다
나의 남편이 그 집 밭 가에 하얀 접시꽃을 심어 준 것도 있고 우리 집 해바라기가 날아 가서
올해는 여러 송이가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것도 발견 되었다
나는 이사 오면서 식구 들에게 각별히 당부 하였다
절대로 이 텃밭의 작물을 손대지 말라고 당부 해 오던 터였다
오늘도 호박을 기어이 하난 가져 가라고 강권 하는데
내일 주말 농장에 가기만 하면 한 바구니 가득 따 올 요량으로 굳이 사양 하느라 애쓰기도 하였다
그 밭엔 고구마며 땅콩이며 호박이며 케일 방울 토마토 고추 방풍등이 풀과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그밭에 주인이 없을 때에 나는 두번 정도 들어 가 본 적이 있다
한번은 말라 비틀어져 가다 못해 탄 것 같은 땅콩을 보려고 가보았다
우리 밭에도 땅콩이 있기 때문에 가뭄으로 인하여 우리 땅콩도 그지경일 것이 뻔 하였기
때문이다
바쁜 관계로 밭에는 못가 보고 옆에 있는 밭을 보러 간 거였다
또 한번은 긴 가뭄끝에 내려치는 빗줄기와 땅콩이 다시 살아 나고 있는 모습을
가까이 보기 위해 가보 았다
그런데 그 타들어 간 것 같았던 녀석들이 상처를 아물면서 보란듯이 갱생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오늘 텃밭 주인의 말을 들었다
이것들 한테 미안해 라고 하는게 아닌가
기실 나도 우리 작물 들에게 미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봄에 호박을 심을 때 많이 심은 관계로 나의 마음은 벌써부터 한바구니 가득 따서
사람들 나누어 즐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웬걸 올같은 가뭄은 겪어 보지 못 할 정도로 호박잎은 축 처져서 나죽었소 하고 있었다
그러다 비가 내리자 겨우겨우 산듯 하더니 기운을 차린 뒤에 무서운 기세로 줄기를 뻗쳐 나가면서
호박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호박을 따면서 거의 성스러울 지경이었다
고맙다 고맙다 호박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천지가 다 사람의 뜻대로만 움직여 지지 않은 줄 알았지만 하나의 호박에게까지
사람의 마음대로 되어 지지않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