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열려있는 창문틈으로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낮에 저녁부터 비가 내린다는 저녁뉴스 시간의 일기예보가 예상보다 일찍 적중했나 봅니다.
멀리 바닷가쪽에서 밀려오는 먹구름들이 문득 문득 보이더니 어둠이 내려진 이 시간에
한 여름에 시원하게 내리는 소나기 소리처럼 빗소리가 너무 정겹게 들립니다.
오른쪽 창문밖에는 새로 지여진 오피스텔에서 자체 발광하는지 여기 저기에서 빛이
선명하게 보이고 벽에 붙어있는 이쁜 색깔의 벽체에서는 여러가지 색깔의 빛이
시간대별로 변합니다.
목에 오른쪽에 있는 2센티짜리 용종 비슷한것 제거하는 부갑상선 수술 때문에 입원한지
이제 9일째 그리고 9일동안의 2인실 독실 생활,
작년부터 수술할려고 했는데 미루다보니 여름 지나고 가을초입에 하게 되었습니다.
첫날부터 4일째까지는 목에 기브스가 되어 있기에 목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먹는것이라고는 빨대 주입한 요구르트 하나,
먹으로 넘어가는 그 시원한 느낌이란, 왜 진작에 이런 느낌을 느껴보지 못했을까 싶은
간절하면 먹고 싶다는 말이 있듯이 목으로 넘어가는 하얀 국물같은것이 목을 아프게하고
투석실에서 투석할때는 한쪽 손은 투석팔로 이용하고 또 한쪽 팔은 링케를 맞고 있으니
누가 보면 저 사람은 움직이지 못하는 석고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3일전부터 목 기브스 제거하고 최종적으로 묶여져있던 핀 제거하고 이제는 좀 나아졌기에
식사할때도 할결 수월합니다.
한번 걸어볼까 싶은 생각에 내가 있는 6병동에서 엘리베이터타고 8병동으로 올라갔습니다.
신관과 구관 중간에 위치하는 간호사실에서는 무슨 회의하는지 제가 들어오는것도 모르고
8병동을 전체를 구경하고는 또 다시 계단을 통하여 7병동으로 내려가서 7병동 전체를
구경하고는 지난주 수술 때문에 입원했던 5병동으로 내려가서는 전체를 구경하는데
마치 야간 순찰을 돌고있는 병원 직원이 된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시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오면서 병원 1층 어둠이 내려진 원무과을 옆으로 보내고
병원 현관밖으로 나가서 목구멍까지 시원한 빗소리를 듣고 있으니까 파간장에 찍어서
먹고 싶은 만두가 생각나는 이유가 뭘까요.
빗소리에 이끌려서 폰속에 있는 라디오를 처음 작동시켜 보았습니다.
그리고 잠시후 또 병실에서 나오면서 내가있는 6병동 정원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나갔더니
어둠속에서 차가운 빗줄기가 마치 서라운드 음향처럼 크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빗속을 뚫고 지나가는 차량들의 소리가 정겹고 라디오에서 DJ가 엽서를 읽어가는데
이날 밤의 사연은 만남에서 헤어짐,
어느 아가씨가 예전에 무척이나 사랑했던 한 남자와의 만남에서 헤어짐까지의
사연을 마치 할머니가 장날에서 손자를 위하여 가져 온 맛있는 음식이 들어있는 짐 보따리를
풀듯이 하나씩 풀어내기 시작하는데 듣고 있으니까 마음이 짠해오는 이유가 뭘까요.
그러고보니 군인시절 관리실에서 항상 밤 10시부터 12시까지 들었던 박중훈의 인기가요가
생각나는것이 그때 지금은 규라인의 창사자라는 이경규씨가 신인 개그맨 시절 고정 게스트로
출연 재미있는 이야기를 라디오에서 하고 있을때 밤에 늘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시간을 보내고
어느날 그토록 정겨웠던 박중훈의 인기가요를 그만둔다면서 눈물을 보일때
만남에서 헤어짐이라는 오늘처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타인의 이야기에 공감했듯이
그때 저는 이미 만남과 헤어짐의 의미를 느껴보았는지도 그리고 얼마후 제대를 했습니다.
라디오를 듣고 있으면 마치 정겨운 그리웠던 사람을 옆에 있다는 착각을 들게 하고
특히 오늘처럼 비가 어둠속에서 춤을 추듯이 내리는 날이면 맛있는 해물 파전이..
내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는 친근한 소중한 한 사람이 같이 어둠속에서 내리는 비를
구경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느껴지는 주말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