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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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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 마지막 날에.


BY lala47 2015-07-31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온종일 흘리는 땀이 한바가지라면 과장이겠지.

오년동안 먹어야 한다는 항홀몬제가 이제 삼년이 지나고 있으니 더위와

싸워야하는건 아직 이년이 남았다.

왜 항홀몬제는 몸을 뜨겁게 하고 덥게 만드는걸까.

암이란 놈이 더위를 싫어하기때문이라지.

그래서 암환자들이 사우나를 즐긴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늙어가겠지.

늙어간다는 것은 참으로 편하다.

외모에 별로 관심이 없어지고 남의 잘못에도 너그러워진다.

아무렇게나 하고 다니는 할머니들을 흉을 보았더랬는데 이제 내가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니 남의 흉을 함부로 보아서는 안되겠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이 이유가 되겠지.

누가 보나머.. 이런 생각이 원인제공이다.

길을 지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화들짝 놀라긴 하는데 돌아서면 곧 잊어버린다.

나이가 드니 잊어버리는 능력이 탁월하다.

다행이다.

 

한가지 예외는 손주들이다.

두달째 소식을 끊은 옛날 나의 며느리는 이제 아이들을 내게 보여주지 않기로

결심을 했나보다.

요즘 세상은 시어머니가 무엇을 주장하지 못하는 세상이긴 하지만 이건 좀 심하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이 방학을 했을텐데.. 아들에게 말해도 별 반응이 없다.

빙수집에 아이들이 다녀간 사진을 보니 그리움이 밀려온다.

그리움이라는 놈은 늙어도 퇴색을 하지 않는다.

잊어버리자고 수차례 혼자 뇌인다.

그렇게 흘러가다보면 만날 날이 있겠지.

 

아빠와 매일 통화를 한다는 윤지 소식에 아들에게 물었다.

“윤지는 할머니가 안보고 싶다니?”“그런 말 안하던데요,”아들의 대답에 무안해진다.

손주를 이뻐할래면 홍두깨를 이뻐하라던 옛말이 틀리지 않는다.

괘씸하다는 생각에 이르르기까지 한다.

이렇게 육십대 마지막 여름을 보내고 있다.

 

마트에 복숭아가 나왔다.

가뭄 때문에 충분히 햇볕을 본 복숭아가 꿀맛이다.

수박에 대한 애정이 식으려고 한다.

사랑은 변하는거야.. 오래전 대사가 떠오른다.

올여름에도 수박을 엄청 먹었다.

과일이 살이 찌는가 하는 문제는 이제 관심 갖지 않기로 한다.

누가 보나머.. 또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여름이 싫지만 풍성한 과일 때문에 미워할 수가 없다.

 

아들 가게에 일곱가지 설빔은 아직 다 먹어보지 못했다.

오늘은 얼마나 팔렸을까 하는 궁금증은 속으로만 접어두기로 한다.

안달 하는 엄마로 각인되어서는 안되겠다.

이미지 관리 차원이지...

여전히 고모는 화투가 재미있다고 종일 화투를 놓으려고 하시지 않는다.

“인생의 마지막을 너와 이렇게 지내니 나는 너무 행복하다.“

이 또한 얼마나 디행인가.

 

칠월 마지막 날이다.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그리움과 체념이 나를 아프게 하지만 지금의 생활에

불만이 없으니 웃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