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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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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때 묻은 살림


BY 그대향기 2015-07-09

 

 

 

 

손때 묻은 살림
손때 묻은 살림 

나는 버리는게 잘 안되는 사람이다. 

어릴 적 친정집에 마당이 너르고 부엌이 둘 인 것도 이유라면 이유겠다. 

친정집에는 앞에 일반 부엌이 있었고 작은 방에 딸린 고방처럼 생긴 북향 부엌이 있었다. 

그곳에는 엄마가 저장식품들을 넣어 두었던 걸로 기억한다. 

냉장고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북향이라 서늘했던 그 작은 부엌에 

엄마는 과일이나 생선같은걸 주로 보관해 두었다. 

 

그리 큰 집은 아니었지만 마당이 있었고 방이 세개짜리 집은 

어린 내 생각에는 불편한게 없었던 것 같다. 

초가지붕을 걷어내고 기와를 올리던 날이 기억난다. 

동네 어르신들하고 황토찰흙을 발로 이겨서 지붕으로 던져 올리던 키 큰 아버지 

마당 한쪽에 솥을 걸어 놓고 국밥을 말아 내던 엄마 

나는 공연히 좋아서 동네 골목을 쫒아 다녔었지 아마. 

 

옆에옆에 살던 내 친구네는 아직 초가지붕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마당가에 우물이 있었고 (곧 수도가 들어왔지만)꽃 좋아했던 부모님들은  

우물 곁에 작은 화단도 만드셨다. 

부모님들은 알뜰하셨고 뭘 잘 안버리셨다. 

옛날 어르신들은 거의 다 그러셨지만 엄마는 특별나게 알뜰하셨다. 

나는 알뜰하기로는 엄마를 못 따라가지만 뭘 잘 안 버리고 못 버린다. 

 

사진에 보이는 고가구도 수십년째 안방을 지키고 있다. 

엄마유품은 아니다. 

우연히 내 손에 들어 온 물건인데 그냥 편안해서 저 안에 계절 옷을 정리해 두고 산다. 

애들은 시커매서 별로라 하지만 날아갈 듯 하얗고 세련된 가구보다 나는 더 좋다. 

핸드백도 가죽으로 된 튼튼하고 세련된 것도 좋지만 천으로 된 이런게 더 편하다. 

손에 들고 다니면서 아무데나 흘리고 다닐 염려 없이 어깨에 척 두르면 된다. 

 

흙만지는 아는 분은 가끔 이런 그릇을 만들어 어때? 하며 카톡으로 보내신다. 

식탁 위에 연밭이 되었네요. 

다음에 걸음하실 때 신문지에 꽁꽁 싸매 오신다. 

남는 흙이 있어서 자기 주려고 만들어봤어. 

남는 흙이 어디있었을까? 

사랑의 빚을 많이 지고 산다. 

 

우리 부부 사는 모습이 예뻐서 주는 선물이라고 했다. 

부부가 쉬는 날은 가끔 근사하게 차려 놓고 이 연잎 앞접시에 음식을 들어서 먹어보란다. 

늘 수백명씩 밥하고 식판에 밥 담아 먹지만 가끔은 폼나게 밥 한끼 먹어보란다. 

어제 오늘 또 700명 수련회를 끝냈다. 

몸은 천근만근인데 사랑을 주고 간 분들이 많아 행복한 피로감이 남는다. 

나는 또 이 물건들을 오래오래 간직하며 살거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