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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온 선물


BY 그대향기 2015-06-29

 

 

 

며칠 전에 다물도라는 작은 섬에 사시는 교회사모님한테서 문자가 왔다. 

'작은 성의 보냅니다. 약소하지만 받아주세요.' 

뜻밖이었다. 

우리 부부가 다물도에 다녀온지도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나? 

아니 더 넘었나? 

 

고향 경주의 선배언니가 열어 둔 카페에 들락거리면서 

알게 된 인연으로 다물도라는 작은 섬까지 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 사모님은 다물도의 작은 교회 사모님이셨고 장애를 안고 사셨지만 

얼마나 밝고 활달하신지... 

오른쪽 팔이 어깨부터 절단되어 있었지만 양팔을 다 가진 사람보다 더 부지런하셨다. 

 

어릴 적 뱀한테 물린 걸 빨리 치료를 못해 줘서 절단까지 해야만 했었고 

후유증도 컸다고 한다. 

교회가 아담하게 예뻤고 부담드리고 싶지 않아서 민박을 예약하고 갔는데도 

굳이 교회사택에서 잠을 자라는 걸 떼를 쓰다시피 해서 민박으로 갔다. 

도착하던 날 좁은 사택에서 대접받았던 해산물 만찬은 잊을수가 없다. 

 

바다의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지던 우럭구이며 

굴을 넣은 떡국 갓 잡아 올린 생선으로 떠 주시던 회 

전복 양식장으로 우릴 데려가셔서 바다 한 복판에서 먹게 해 준 왕전복 

섬세하고 몸동작이 재바르고 손님보다 한발 앞서 생각하고 배려하시던 센스. 

장애인이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던 완벽한 살림솜씨. 

 

거기다 목사님은 전적으로 사모님을 신뢰하고 배려해 주심은 

부부의 의리나 믿음보다 더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먼데서 온 반가운 손님(섬이라 가끔 육지 손님이 오긴 해도 그 때는 비수기라)이라고 

얼마나 살뜰히 챙겨주시고  따스하게 대해 주시던지...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오래 기억되는 여행이었다. 

 

여행에서 돌아 와 그 고마움에 작은 성의를 보내드렸고 

얼마 전 카페에서 그 사모님이 몸이 좀 안 좋으시다기에 내가 구할 수 있는 약을 

보내드린 적이 있었지만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사모님은 그걸 잊지 않고 있다가 전복을 작은 상자로 한상자 보내주셨다. 

제법 큰 전복이 왔다 . 

 

부담 안 가지셔도 된다고 했지만 잊을수가 없더라며 

많지 않아 오히려 미안하다 하셨다. 

인연은 이런건가 보다. 

목포에서도 배를 타고 한참을 더 가야 하는 작은 섬 다물도와 

경남 창녕의  촌아줌마가 이어지는 이런게 인연인가 보다. 

 

종교가 같았기에 더 친근하게 느껴졌었다. 

가끔 올라오는 소식에 서로 위로하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구러 10년 세월 동안 정을 쌓았나보다. 

안 봐도 끈끈하게 이어지는 그런 정. 

전에 안 좋다시던 건강이 빨리 회복되시길 바란다. 

 

 

 

 

 


섬에서 온 선물
    싱싱할 때 양파를 넣고 버터 구이로 몇마리

    양파와 마늘 파프리카와 전복을 잘게 다져서  치즈를 얹어 전복찜

    남편은 그냥 전복회로 몇마리

    계란에 팽이버섯 양파 부추를 잘게 썰어 넣고 부침개

    다대기오이로 만든 오이김치

    덕분에 아주 근사한 밥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