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혼 소송을 하고 있는 중 배우자의 동의 없이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임신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67

‘봉기불탁속’ 소고


BY 일필휴지 2015-05-23

사람은 누구라도 인생이라는 바다를 건넌다. 한데 바다는 본디 파도가 일렁인다. 그것도 잔잔한 게 아니라 격랑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하기에 난파선이 발생하는 거고 그에 따라 무시로 바다 속으로 사람과 배도 침몰하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평소에 자신의 철저한 주관과 철학만 지니고 있다면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다. 철학을 본격적으로 배운 건 지천명의 나이 때 입학한 대학에서다. 하지만 나름 삶의 철학을 스스로 터득한 건 이미 아주 오래 전부터다.

 

사람은 개인적으로 다들 그렇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상처가 있게 마련이다. 또한 이는 스스로가 이실직고(?)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한계성을 내재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평소 ~ 하게정직하고 굳건하다는 성정(性情)의 플롯을 자랑한다’.

 

얼굴조차도 알 수 없는 마치 심청의 어머니와도 같은, 너무도 이른 생모의 상실로부터 시작된 내 삶의 거친 바다는 정말이지 파란만장의 연속이었다. 내가 벌지 않으면 병이 드신 홀아버지조차 밥을 굶을 수밖에 없었던 그 황량한 광야의 자갈밭을 온몸으로 견디고 부대끼며 살아온 건 따라서 어쩌면 당연한 내 삶의 수순이었다.

 

구두닦이 시절엔 영문도 모른 채 형들로부터 집단 린치를 당했다. 한 번뿐인 내 인생이 가차 없이 마구 구겨지는 현실에 절망하다가 그들을 응징할 각오로 복싱을 배웠다. ‘이제 니들은 죽었어!!’ 그러나 내게 복싱을 가르친 관장님은 누누이 강조하셨다.

 

운동을 설 배우면 곧바로 건달 되는 겨! 따라서 처음부터 삶의 철학을 세워야 되는 겨. 그리고 모름지기 남자라고 하면 자존심과 더불어 의리가 있어야 되는 겨!” 이후 관장님의 그 따가웠던 잔소리는 시나브로 나를 지탱하고 이끌어주는 멘토 적 깃달이(옷에 깃을 다는 일)가 되었다.

 

아울러 봉기불탁속(鳳飢不啄粟), 봉황은 굶주려도 좁쌀을 쪼지 않는다고 하였듯 굳은 절개를 견지하는 계기로까지 전개되고 발전하였다. 군대를 다녀온 후 직장생활을 한 지도 어언 35년이 흘렀지 싶다.

 

인생은 본디 회자정리(會者定離)가 기본이다. 따라서 언젠가는 반드시 헤어지게 되어 있다. 그러나 그 헤어짐의 종류가 자의(自意)가 아닌 강제적인, 예컨대 본인의 잘못에 따른 사측의 권고사직 형태라고 한다면 이는 분명 평소 그의 행동거지에 있어서도 겸손보다는 거만이 주를 이뤘다는 셈법이 도출되는 것이다.

 

35년 동안 직장인으로 일하면서 단 한 번도 강제에 의한 퇴사와 퇴직은 전무했다. 이는 그만큼 내 삶의 철학 기반이 견고했다는 방증이리라. 이번 달 말을 계기로 동료 경비원 하나가 또 퇴출(1년 단위의 계약직임에 어쩔 수 없다)된다.

 

그건 스스로 자초한 평소의 거만과 업무태만이 불러온 당연한 귀결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사람은 그리 하지 않음에 화를 불러들인다. 최소한 봉기불탁속관념만 지녔더라도 그런 비극은 없었으련만.

 

당신 왜 출근 안 해?” “... , 사실은 직장에서 잘렸어.”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쪽 팔리는어떤 오류를 나는 앞으로도 경험하지 않을 자신이 출렁댄다. 근데 남자라면 최소한 이런 자존심으로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