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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이러고 사는 거지?


BY 한이안 2015-05-04



 

거의 2주를 쉴 짬 없이 밭에서 살았다.

그래서인지 몸이 천 근 만 근이다. 

집에 들어오면 녹초가 된 몸이 다른 걸 모두 거부한다. 

일하고 씻고 밥 먹고, 단조로운 내 일상이다.   

컴퓨터를 켠다는 생각조차도 힘에 겹다.

월요일 목요일에만 밥 먹자마자 글 올리고는 후다닥 빠져나온다.

그리곤 서둘러 밭으로 향한다.

저녁에도 8시 뉴스를 보는 게 고작이다.

9시가 좀 넘으면 내 고단한 하루가 어둠 속으로 잠겨든다.

밭농사에 일기예보만큼은 거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덕에 내 밭은 어느 2015년의 작물들로 채워져가긴 한다.

일요일에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에를 접하고

며칠 전부터는 땅콩 모종 옮겨 심을 생각에 마음이 한없이 분주했다.

골을 타고 땅콩 심을 밭을 꾸미고 했더니  

몸 여기저기서 힘들다고 비명을 질러댄다.

내가 왜 이러고 사나?

 

형제들과 나눠먹을 생각에 겁없이 시작한 일이 내 몸을 할켜댄다.

그래도 시작한 일 어정쩡하게 남겨둘 수 없어 난 내 몸이 보내는, 힘겹다는 신호를 묵살한다.

어제까지 해서 참깨와 고구마, 땅콩까지 제 터를 잡아주었다.

몸이 그만하자고 졸라대는 걸 묵살해가며 몸을 혹사시킨 대가다.

하지만 몸이 그러니 내 마음도 덩달아 힘들어진다.

내가 왜 이러고 사나?

그냥 내가 먹을 것만 조금씩 하면 될 걸?

그 생각이 슬슬 밀려오기 시작한다.

 

 

내 엄마 아버지 생각이 간절하다.

평생을 고단한 몸 한 번 편히 눕히지 못하고 이 힘겨운 일을 감당하며 사셨던 두 분이다. 

힘들다는 생각이 슬며시 뒷걸음친다.

그 생각을 하며 난 또 내 작물들과 더불어 꿈을 꾼다.    

꿈 잘 꿔!

내가 작물들을 파종하거나 옮겨심을 때마다 갖는 마음이다.

푸릇푸릇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며 난 또 지금의 고통을 잊겠지.

수확의 기쁨을 생각하며 난 또 희망을 갖겠지.

 

그래도 오늘은 내가 왜 이러고 사나 하는 생각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