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2주를 쉴 짬 없이 밭에서 살았다.
그래서인지 몸이 천 근 만 근이다.
집에 들어오면 녹초가 된 몸이 다른 걸 모두 거부한다.
일하고 씻고 밥 먹고, 단조로운 내 일상이다.
컴퓨터를 켠다는 생각조차도 힘에 겹다.
월요일 목요일에만 밥 먹자마자 글 올리고는 후다닥 빠져나온다.
그리곤 서둘러 밭으로 향한다.
저녁에도 8시 뉴스를 보는 게 고작이다.
9시가 좀 넘으면 내 고단한 하루가 어둠 속으로 잠겨든다.
밭농사에 일기예보만큼은 거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덕에 내 밭은 어느 2015년의 작물들로 채워져가긴 한다.
일요일에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에를 접하고
며칠 전부터는 땅콩 모종 옮겨 심을 생각에 마음이 한없이 분주했다.
골을 타고 땅콩 심을 밭을 꾸미고 했더니
몸 여기저기서 힘들다고 비명을 질러댄다.
내가 왜 이러고 사나?
형제들과 나눠먹을 생각에 겁없이 시작한 일이 내 몸을 할켜댄다.
그래도 시작한 일 어정쩡하게 남겨둘 수 없어 난 내 몸이 보내는, 힘겹다는 신호를 묵살한다.
어제까지 해서 참깨와 고구마, 땅콩까지 제 터를 잡아주었다.
몸이 그만하자고 졸라대는 걸 묵살해가며 몸을 혹사시킨 대가다.
하지만 몸이 그러니 내 마음도 덩달아 힘들어진다.
내가 왜 이러고 사나?
그냥 내가 먹을 것만 조금씩 하면 될 걸?
그 생각이 슬슬 밀려오기 시작한다.
내 엄마 아버지 생각이 간절하다.
평생을 고단한 몸 한 번 편히 눕히지 못하고 이 힘겨운 일을 감당하며 사셨던 두 분이다.
힘들다는 생각이 슬며시 뒷걸음친다.
그 생각을 하며 난 또 내 작물들과 더불어 꿈을 꾼다.
꿈 잘 꿔!
내가 작물들을 파종하거나 옮겨심을 때마다 갖는 마음이다.
푸릇푸릇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며 난 또 지금의 고통을 잊겠지.
수확의 기쁨을 생각하며 난 또 희망을 갖겠지.
그래도 오늘은 내가 왜 이러고 사나 하는 생각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