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휴일마다 큰 딸집에 가서 외손녀 둘을 봐 줘야한다.
딸이 부산까지 가서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행사가 없는 철이라 토요일마다 간다기에 그러마 라고 대답은 했는데
이건 완전 중노동이다.
다섯살과 세살 두 외손녀는 낮잠도 잘 안 자고
바람 쐬러가요(놀이터), 뭐 먹고싶어요, 안아 주세요.업어 주세요,책 읽어주세요....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솟아 나는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요구사항들.
밥을 해 먹이고 간식을 주고 이야기책을 읽어 주고 블럭을 쌓고 부수고를 반복
"할머니 허리 아픈데 좀 누웠다가 다시 하자~"
허리며 어깨가 아파 나는 벌러덩 누워 버렸다.
"네~조금만 주무시다가 또 해요."
시간은 어찌 그리도 더디 흐르는지...
두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슈퍼에 간식을 사러 나갔다.
작은 녀석이 자꾸만 차도쪽으로 내 달리려고 해서
작은 손을 하얗도록 꼭 잡았다.
"안돼 안돼. 그쪽으로 가면 빠방이가 오면 아야 해."
"아야?"
다시 내 다리를 안고 걷는가 싶더니 또 차도쪽으로 몸이 기운다.
유모차에 태워올걸,,,후회막급.
겨우겨우 과자 한봉지씩 들려 집으로 데려오는데
안고 가자고 해도 굳이 걷겠다고 떼를 쓴다.
외손녀 둘이 참 많이 닮아서 그런지 쌍둥이냐고들 한다.
큰외손녀는 꼬박꼬박 지가 언니란다.ㅎㅎㅎ
색깔별로 옷을 구별해서 세탁기를 두번 돌렸다.
어제 말려 놓은 빨래는 걷어서 어른 옷 아이들 옷 구분해서 정리하고
아침 일찍 바삐 가느라고 개수대에 넣어 둔 그릇들을 설겆이 했다.
외손녀들은 할머니 뭐하냐고 졸졸졸 따라 다닌다.
빨리 일 끝내고 지들하고 같이 놀아달란다.
노래도 부르다가 색칠공부도 하다가 가위로 색종이 오리기도 하다가....
놀이란 놀이는 총 동원해도 딸은 안 온다.
아침 8시가 조금 넘어 나간 딸이 오후 6시가 훨씬 넘어서야 돌아왔다.
부산까지 1시간 30분이나 차를 몰고 가야하고 마치면 되짚어 와야 하니
딸도 피곤할 것 같아 저녁밥까지 준비해 놓았다.
딸은 시집만 보내면 그만인줄 알았는데 가깝게 살다보니 이런 에프터서비스도 해야하다니.
안 보면 보고싶고 만나면 몇분 후 바로 피곤한 예쁜이들.
부모노릇은 자식이 어른이 되어도 끝나질 않는다.
눈 딱 감고 모르쇠로 나갈까보다.ㅋㅋㅋ
신체적인 탯줄을 끊고 나온 딸인데 나는 아직 마음의 탯줄은 못 끊고 있는 기분이다.
딸이 더 큰 꿈을 키우겠다는데 건강이 뒷밤침 해 주는데 까지는 도와주야 하는게 맞을지.
하루 온 종일 외손녀 둘과 씨름하다보니 나의 에너지는 완전 방전~
큰애는 차분한데 반해 둘째는 힘이 넘쳐나는 아이다.
잠시 잠깐 눈에서 멀어지면 다칠까 봐 눈을 뗄수가 없다.
콩밭 맬래? 애 볼래? 누가 물어봐 주실래요? 눈도 피로하고 몸은 천근만근.
아직 4주나 더 봐 줘야하는데 체력보강을 해야겠다.
남편 주려고 홍삼달여 놓은거 내가 좀 먹고
아로나민**도 먹어둬야겠다.
딸이 좋은 부모가 되면 나는 폭싹 늙어버리는 고물 부모가 될 것 같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