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사업이 기울어서 황급히 떠났던 이 동네에 십 년 만에 다시 되돌아왔다.
심지어 같은 아파트 같은 동이다.
그 때 계시던 경비아저씨도 한 분 아직 계신다
십 년 세월만큼 조금 연로하신 모습으로..
반갑고 감개가 무량하다.
많이 바뀌었는데도 모든 게 낯설지않고 익숙하다
집은 그동안 더 낡아졌지만 동네는 몰라보게 천지개벽이 되어있다.
떠날 땐 아직 없던 전철역도 생기고 상가에는 벼라별 가게가 다 있고
단지 뒤엔 산책로,운동기구,자전거도로도 근사하게 만들어져있고...
그동안 못 누리고 산 게 억울할 지경이다
하지만 이제라도 돌아온 게 어딘가?
이렇게 살기 편한 동네에 살게된 게 참 감사하다.
내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비록 평수는 좀 좁아졌지만 금방 적응이 된다.
애들도 저렇게 좋아하는걸....부모가 못나서 미안하다.
딸은 자그마치 4년을 매일같이 왕복4시간씩 걸려 통학을 했었다
그래도 쓰다달다 말한마디 없던 게 참 기특해서 상줘야한다고 했더니
맞다며 웃는다.
버스타고 한참 나와야만 있던 전철역이 집에서 걸어갈 거리에 있다는게
정말 신기하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나 이제 역세권에 사는 여자야"뻐기니 남편이 푹~ 웃는다.
이 나이에 세 살면서도 초긍정적이라 좋단다.
먼저 40평대 아파트에 살다가 30평대로 옮겨오니 아무리 포장이사래도
짐수납이 제대로 안돼서 이사전에도 후에도 허접한 물건들은 엄청나게 내다버렸다.
이래서 집을 넓혀서는 이사해도 좁히지는 못한다고 하나보다.
더구나 아들 딸이 나가살던 시절이 있어서 그 때 싸들고 들어온 짐도 엄청난걸
잘 모르고 살았는데 지금 확 표가 난다
남편은 좁아,좁아를 연발하고 산다
주방에서도 한사람이 서있으면 비켜서 지나가야한다나?
"남들은 열 평 스무평에도 잘만 살아요.여길 좁다 그럼 욕먹어요.
우리가 언제부터 넓은 데 살았다고..."
"그래그래 맞아.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
내가 2년 후에는 꼭 더 좋은 새 아파트로 이사할 수 있게 해줄게 "
말만 들어도 좋다ㅎ
그러나 굳이 새 아파트 아니어도 상관은 없다
난 이 동네가 그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