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오늘도 온 대지위를 촉촉히 적셔줌에
그동안 메말랐던 내마음에도 생기가 돕니다
후레지아 꽃다발의 추억에 젖어 보면서....
까마득히 멀어져간 신혼시절
늘 마음 아프게 했던 상념 하나가 삐죽이 고개를 듭니다
꽃 한다발 사서 멋진 화병에
꽂을 줄 아는 낭만 미시였던 내가
시댁동서 형님이 오신다길래 예쁘고 향기 좋은
후레지아 꽃 한다발 사서 신혼집을 향기로 물들여 놓았지요
작고도 예쁜 나의 신혼집은
그야말로 아기자기 알콩달콩하게 꾸며도 놓았었지요
동서형님이 방문해서 나의 살림솜씨를 보고선
" 돈 벌긴 글렀네~ "
이런 저주의 말을 퍼질러 놓았지만
그래도 난 용서하며 미소로 형님에게
온갖 접대를 정성껏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난 생화는 절대 사지를 못하는
이상한 트라우마 (?)가 생겼어요
꽃은 얼마 지나면 시들어버리는 아픔도 있고
꽃값은 낭비라는 그 형님의 충고 아닌 충고에 30여년이 지나도 생화는
내 돈 주고 사보지도 못했지만
남편,애들역시도 엄마는 꽃을 모르는 사람으로
둔갑되어 아픈 세월 보냈지요.
이맘때만 되면 후레지아 한다발 받고 싶어도
누구하나 사주는 이가 없더라구요
이제는 내가 사도 사겠지만 그런 마음의 여유가 없어져버린
슬픔을 느끼기만 했지
쉽게 꽃 한다발 나에게 스스로 선물이 안되던
내가 원망스럽기 까지 했지요
그래도 꽃이 좋아
생화 같은 조화를 마구 사들였어요
진짜 화초속에 간간히 꽂아 놓으면
제법 보기에 그럴듯하기도 하지요.
조화에다 생명을 불어 놓으며 감상도 하고...
애들
입학식, 졸업식, 상타는 행사 외는 생화는 없었던 일이었어요
그러나.......
드디어 생화 노란 후레지아 꽃 한다발 받았습니다.
예비사위 될 훈훈하고도 멋진 청년에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꽃다발을 받다니요
꽃다발과 예쁜 화초와
예비장인의 건강 생각해서 간장보호제 ,
나에겐 녹차셋트를 예쁜 보자기에 싸서 바리바리 한아름 안고서
노란후레지아 향기와 내딸과
현관을 들어서는데 감동이었습니다.
살다보니 이런날도 있구나
나 에게도 새식구가 생깁니다.
후레지아 꽃다발과
성실해 보이는 청년과 멋진 여성으로 잘 자라준 내딸과
아직도 좀 미운 남편과 영원한 소녀감성인 나와
바닷가까지 ...
흐릿하고 비오는 봄날이었지만
잔잔한 동해의 끝자락 여기 바다를
네명이서 그래도 잔잔한 파도를 바라보며
가정을 꾸릴 두 젊은이를 우리 부부는 말없는 축하의 뜻을 보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