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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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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BY 그대향기 2015-03-03

 

 

 

오늘 하루만은 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다.

남편의 큰아버님댁에 결혼식이 이번 주일에 있어서 참석하지 못할 것 같아

미리 축의금을 전해 드리러 큰댁이 있는 밀양을 다녀 오는 일정만 잡았다.

우리는 평일이 쉬는 날이다.

주말에 손님이 오실 예약도 있고 해서 일찌감치 다녀 오기로 했다.

 

어젯밤부터 진눈깨비가 오락가락 한 날씨는 오늘 아침에 비로 바뀌었다.

추적추적...

먼산의 눈바람을 몰고 차가운 비가 내렸다.

큰댁쪽에 전화를 드린게 있어서 날짜를 바꾸기도 그랬다.

빗길이라 속력을 늦추고 천천히 국도를 따라 밀양으로 달렸다.

꼬불꼬불 산길을 느린 속도로 달리자니 비는 어느 새   진눈깨비로 바뀌어 세차게 내렸다.

 

서너군데서 접촉 사고를 낸 차량이 서 있기도 했다.

경미한 접촉사고도 있었지만 자동차 유리가 전체 파손되는 제법 큰 사고도 눈에 띄었다.

남편더러 속도를 더 늦추고 달리자는 주문을 연달아서 하게 되었다.

산길 국도라 제설작업이 이루어져 있지 않았다.

몇군데 모래가 흩뿌려져 있었지만 노면이 미끄덩거리는지 남편은 속도를 더 늦춘다.

 

어렵게 도착한 밀양에서 준비해간 축의금과 선물을 내려 놓고 잠시 머무르고 이내 일어났다.

점심을 사 주겠다시는 시숙님의 손을 뿌리치고 나온 아파트 마당에는

진눈깨비가 더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거북이보다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되돌아 오는 길은 안개까지 자욱했다.

고속도로가 아닌 산길 국도에서는 아차 미끄러져 떨어지면 낭떠러지다.

 

몇년 전 휴가를 보냈던 배내골 휴양림에도 가 보고

밀양댐 주변을  드라이브도 하고 싶었는데 안개가 너무 짙다.

골골마다 담긴 물 위에 비치는 산그림자가 아름다운 밀양댐인데

안개와 진눈깨비 때문에 앞 도로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운전하게 된다.

경치 좋은 곳마다 그림같은 펜션들이 동화 속에서 금방 나온 집처럼 아름답다.

 

반환점쯤 돌아 왔을 때 산마루에  작은 천막주점이 보였다.

안개가 너무  짙어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화목난로의 훈훈한 온기가 얼마나 반가운지...

어묵 한사발과 화목난로 위에서 구운 계란 두어개를 깨 먹고 늦기 전에 얼른 되돌아 왔다.

기온이 떨어져 노면에 깔린 진눈깨비가 살얼음으로 얼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이다.

 

어라~

반환점을 돌아 조금 더 달리니 노면이 말끔하다.

조금 전에는 도로며 산의 소나무에 눈이 소복했는데 여기서부터는 약간의 젖음이다.

작은 산 하나를 넘었을 뿐인데 겨울과 봄이 공존하다니....

어찌되었건 눈길이 아니라 안심이 되었고 차가 제 속도를 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돌아오는 길에 외손녀들과 딸 둘을  만나  맛있는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마치 변화무쌍한 우리네 인생길처럼 두 날씨를 지나 온 오늘이 그저 감사하다.

몇군데의 사고 당사자가 우리가 아닌게 감사하고

미리 축하해 드릴 여유가 있음에도 감사하다.

언제나 제수씨가 최고라고 추켜 세워주시는 시숙님을 만나 반가웠고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다녀갔다고 차를 돌려 저녁이라도 먹고 가라는 형님 전화에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