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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혼에 대하여


BY 가을단풍 2015-01-15

 황혼이혼!

아 ~ 

황혼 이혼이라는 것은 이래서 생기는 것이구나.

혼자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가끔씩 아무개 부모님이  늙으막에 황혼 이혼을 하는 바람에 자손들이  골치가 아프다는등,

늙으막에 편히 살일이지 왜 황혼에 이혼을 하냐는둥

더러 더러 이런 이야기를 들어왔었다.

그런에 요즘에는 황혼이혼을 하는 어르신들 마음이 어느만큼 이해가 된다.

 아이들 셋이 모두 객지로 나갔다.

큰딸 작은딸 대학보내고 늦둥이가 고등학교를 기숙사가 있는 곳으로 떠나갔다.

이아이가 벌써 고2.

작년에는 막둥이가 갑자기 내 품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친정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목을 다치시는 바람에 전신이 마비가 되어

어떻게 살았는지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지금은 회복이되어 퇴원하신후 화장실출입은 원활하고 가벼운 산책정도는 하시게 되었다.

많이 힘들어는 하시지만 그럭 저럭 어머니와 생활을 해나가신다.

이리하여 정신없이 살았던 시간이 조금 정리되었달까

외로워지기 시작했다.

한동안 살림을 제대로 하지않아 어수선하고 아이들이 입던 헌 옷가지와 나둥구는 책들뿐이었다.

이미 지들 필요한 알속들은 모두 빼가지고 나갔기에 집안 살림이 더 어지러웠다.

집안에는 내가 그다지 필요할것도 필요하지 않을것도 없는

회갑이 낼모래인 서방하나와 병주가리인 늙은여우인 내가

집을 지켜가고 있다.

아이들이 간간히 보고싶기는 하지만 친정 아버지 어머니  안고 뒹구는 사이에

 아이들도 나도  이미 적응이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나에게도 시간이 남아돌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딩굴 딩굴.

리모컨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가며 드라마를 싫컷 보았다.

한때는 아이들 공부하는데 올인하여 한번도 아이들보다 먼져 자본적이 없었다.

늘 거실에서 아이들이 잠들때까지 책을 읽었었다.

아이들 학교 어머니 독서회원으로 등록하여 맹활약을 하였었다.

독서토론은 물론 아이들 독서 골든벨 문제까지 출제하는등 나름 극성을 떨었었다.

그런데 이제 책은 싫었다.

조금 쉬고 싶었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도 하고 싶었다.

아이들 셋 기르는 동안 무엇을 읽었는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냥 머리가 까만색.

꽤 많은 책을 필요한 사람에게 보냈다.

그동안 나를 지켜보던 선생님들이 몽땅 나에게 속으셨다.

내가 꽤나 괜찮은 어머니인줄 아셨을텐데  내가 이렇게 속빈 강정같은 여자인줄 모르셨겠지.

하지만 어쩔수 없지.

 

그런데 문제는 나의 한가함에서 오기 시작했다.

어느날인가부터 예전에 남편에게 서운했던일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가지 한가지 생각해보니 신혼시절 셋방살이 할때 서운했던일부터 예전에

한~ 십여년을 산다만다 집안을 떠들썩하게

 부부갈등의 위기를 거쳐왔던 이런 저런 일들이쏙쏙 떠올랐다.

예전에는 왜 그렇게 우리 부부가 피터지게 갈등을 해야만 했었는지 정확히  이유를 몰랐었는데

몇년전에 남편과의 대화 도중에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수 있었다.

요즘세상엔 아들이 셋이면 목메달,딸이 셋이면 특메달이라나 뭐라나.

하지만 아들을 얻지못한 종갓집 맏며느리인 나는 그 고통에 꽤 많이 시달렸었다.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고 사랑스러운 딸셋이 예쁘게 자라기 때문에 상처가 도리어 영광으로 바뀐 싯점이지만

그예전에 딸하나 날때마다 숨어우는 ...음 음 그랬었다.

그로 인하여 시댁과의 갈등 부부갈등.

많은것들이 나를 울게하였다.

그리고 어둑하게도 작년에 알아낸사실 .

우리남편과 나와의 갈등이 아들문제인줄 알았는데 그속에 정작 숨어있는 사실.

그것이 바로 우리 친정식구들 때문이었다.

남자라는 물건딱지가 그렇게 속통이 좁은 물건인줄 정말 몰랐었다.

밥술편히 먹는 처가집 옆에서 살면서 자기새끼 셋씩이나 되는거 엄청많이 거두어 주었건만

그 감사보다 고거 조금 서운했던것을 가지고 10년 가까이 나를 볶았다는 생각을 하니

어찌나 분하던지 밤에 자다가도 화가 확~ 치밀어 올랐다.

아니 부들 부들 떨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남편은 내 속을 박박 긁어대는 그런 남편은 아니었다.

딸들을 정말 열심히 기른다.

나는 이미 남편을 용서했으며 화합하여 가정생활을 잘 꾸리고 있는 상태인데 뒤늦게 알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을 알게 된것이다.

지난 과거를 가지고  긁어댈만큼 미련한 나는 아니다.

그러나 속이 부글 부글 끓는건 어쩔수 없다.

더구나 지금은 우리 친정 아버지가 몸이 안좋은 상태다 보니 더 부아가 끓었다.

나를 천하에 미스코리아보다 더 귀히 여기시던  우리아버지때문에 내가 이렇게 마음 고생을 한것을 생각하면

괘씸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울아버지는 지금도 내 앞에서는 여전히  바보가 되어가신다.

그러고 보면 우리집 남자들 딸사랑은 집안 내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나는 기분이 몹시 나쁘다.

내 상태 흐리고 바람이 분다.

나는 비로서 황혼이혼을 꿈꾸는 사람을 이해할수 있을것같다.

다행히 우리 남편이 지금은 딴사람이 되어 남들눈에 꼴물견으로 보일만큼 가정적인 남편이기에 참을수 있지만

지금도 그렇게 속을 썪이거나 평범한 남편이라면 충분히 아웃 시켜버리고 말것같다.

아이들 다 자라고 연금나오고 걸릴게 없는 상태에서 황혼 이혼을 하는 사람들 백번 이해할것 같다.

한 ~ 두어달 혼자 갈등을 하였었다.

시간이 많아진것이 한 역할 한것같다.

하는수없이 하던짓을 다시하기로 했다.

또다시 책을 읽는 편이 내 신상에 좋을듯.

예전에 하다말은 문인화을 다시 그려야 할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