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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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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사랑


BY 그대향기 2014-11-07



 

 

얘들이 정말....

이 엄마를 어찌 생각하기에 이러는거야?

도무지 믿어주려고 하지를 않다니.

알아서 갈 수 있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믿지를 않는다.

날 아주 유치원생 취급을 하다니.

 

세상을 살아도 저들보다 30년 이상은 더 살았고만.

이 시골을 떠나 다른 도시로 갔다 온다고만 해도 차는 어디서 타는지 아느냐고 묻고

차 시간은 잘 알아뒀냐고 재차 또 묻고 돌아 올 때는 어떻게 올거냐고 묻는다.

그것도 아이들 셋이 모자라 남편까지.

날 아주 바보까지는 아니어도 물가에 내 놓은 어린애처럼 조심스럽고 불안하다니 허 참.

 

그런 생각으로 사는 가족들이니 나 혼자 해외여행을 다녀 온다니 더 난리가 났다.

동남아도 아니고 아주 먼 동유럽으로 날아 갔다 온다니 전화가 불이 날 지경이다.

지난 번 서유럽 때는 보호자겸 동행한 잘 아는 언니 부부가 있어서 안심을 했는데

이번에는 나 혼자 가야겠다니 아예 펄펄 뛴다.

비행기표 예약은 어쩔거며 여행지 검색과 여행가방 꾸리는 것 까지 다 참견이다.

 

추운 계절에(12월 초) 가는 여행인데다가 추운 나라니 더 그렇겠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 날 때 마다 전화를 해 대더니

급기야 둘째가 그 동안 과외하며 모아 둔 비상금을 탈탈 털어서 동행을 결심했다.

적지 않은 경비지만 내가 좀 보태고 큰딸이 부담을 좀 덜어주며 꼭 동행하라더란다.

엄마가 어떻게 가는 동유럽 여행인데 혼자 보내겠냐며.

 

남편이 이번 휴가경비 전부를 나한테 양보해줬기 때문에 가능한 여행이다.

해마다 휴가비로 백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 보너스로 나온다.

이제껏 그 돈으로 국내를 일주일간 돌면서 보고싶었던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고

남편의 건강을 생각하며 5일장을 돌면서 약초를 구하러 다니기도 했다.

맛집이나 휴양림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휴가비는 오로지 휴가비로만 쓰자는 원칙을 정하고.

주로 숙박비로 가장 큰 지출이 되었고 그 담으로 식사하는데 들었다.

둘이서 일주일간을 떠돌다보니 차량유지비도 만만찮았다.

그러던 휴가에서 실속을 차리기 시작했다고 봐야할까?

휴가비에다가 조금만 더 보태서 해외로 튀자~!

 

남편은 해외여행에 별 관심이 없는건지 늘 시큰둥했다.

그 반대로 나는 여행자체가 너무 좋은 사람이고.

남편이 그런 아내를 위해 양보를 해 줬기에 가능했던 2년 전 서유럽여행이었다.

자기는 볼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차만 타면 어디든 나갈 수 있는데 반해

나는 늘 주방에서 지내야 했던 상황을 이해한다며 훨훨 바람이나 쐬고 오라고.

 

주 생활무대가 주방이다 보니 세상물정도 잘 모르고 남편의 차에 태워져

시장도 보고 휴일을 보내는 엄마라며 아이들은 이 엄마를 아주 못 믿어워한다.

그래서 이번 여행도 둘째가 끝까지 엄마보호자로 따라 붙는단다.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 가서 일행이라도 잃어버리면 국제미아가 된다나 뭐래나?

동유럽 꽁꽁 언 땅에서 길 잃고 돈 떨어지면 한국에 어찌 돌아 올 것이냔다 내 참...

 

패키지여행에서 가이드 깃발만 보고 가면 되지 길 잃기는 뭘 잃는다고....

아무튼 어리버리한 엄마의 보호자로 둘째가 따라 붙고 우리 둘 다 돼지를 잡았다.

최후의 비상금을 다 털어서 여행경비를 충당하기로 하고 떠나는 여행이다.

내년에 또 휴가비를 전부 다 밀어준다는 보장이 없기에 나간 김에 더 많이 돌자며

남편 몰래 동유럽을 예약했고 딸들과 비밀리에 이번 여행을  추진했다.

 

비행기가 한국 땅을 떠나는 시간에 남편한테는 동유럽을 간다고 할 참이다.

그 전에 이야기했다가는 너무 멀리간다고 걱정할 것이고

여행경비에 큰딸의 지출이 많았던 것에 대해 야단맞을 확률이 높다.

딸들은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딸하고 같이 여행할거냐며 적극 찬성한 일이다.

무슨 007작전도 아닌데 짜릿한 스릴까지 요즘 하루하루가 너무 쫄깃쫄깃하다. 

 

큰딸이 그랬다.

"엄마 인생 그리 길지 않아요.(지가 뭘 안다고?ㅋㅋㅋ).

이제부터 엄마 하고싶은 일 하시면서 사세요.

그 동안 가족을 위해 너무 많은 희생을 하신 거 저희들 다 알아요.

특히 아빠는 더 잘 아실거고요."

앞치마 아줌마 이만하면 행복한 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