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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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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만 쉬면....


BY 시냇물 2014-11-05

월요일 아침에 친정 남동생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소식인즉슨

"사업이 안 되서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생겼는데 한 번 유찰되고

이번 주 토요일이 두 번째 입찰일이라"는

아침도 먹기 전인데 날벼락같은 소식을 들으니 가슴이 탁 막혔다

"오, 하느님 맙소사!"

서로 연락은 자주 못해도 그저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지내 오던 차에

아침 댓바람부터 이런 소리를 들으니 충격 그 자체라 할 말이 없었다 

사업을 벌이고 나서 가끔씩 돈이 필요하다며 융통해 달라는 소리는

몇 번 있었다

그럴 때마다 못 해주는 내 입장도 편하진 않았다

차라리 모르면 모를까 알고 나면 못 도와주는 내 마음은 늘상 미안하였다

그래도 마음으로는 하는 일이 잘 되기를 늘 빌었건만.....

기어코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종일 마음이 편칠 않았다

 

신경을 부쩍 쓰니 위가 쪼여 오는 듯 아프기 시작하여 밥을 넘길 수가 없었다

이런 사정을 남편에게는 할 수도 없고 해봤자 차라리 안 한 것만 못한

얘기나 듣기 십상이라 혼자 삭이려니  자꾸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를 어째야 하나, 무슨 방법이 없을까?"

궁리에 궁리를 거듭 해도 내게는 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에구, 결혼하며 어렵게 장만한 아파트에서 남동생네 세 식구가

오손도손 살아가는 게 그렇게 보기 좋았는데 이제 나이 50줄에

집도 절도 없이 길거리로 나앉게 된 남동생의 처지가 어찌나 가슴을

쓰리게 하는지....

게다가 요즘엔 조카의 대학 입학과 함께 올케는 대전 친정에서

조카와 지내는지라 가족과도 떨어져 기러기 신세로 지내는데

이런 일까지 생기면 그야말로 비관을 할 것만 같아 심장이 다 쫄아붙는 것 같았다

 

그래도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가 밤이 되어 이 생각 저 생각에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머리맡 전화기가 울렸다

깜짝 놀라 급히 받으니 친정 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 띵동하며 문자 들어오는 소리가 나서 전화기를 들여다 보니

oo에게서 이런 문자가 들어왔구나

모든 분들 안녕, 감사했습니다 라구...."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손발이 덜덜 떨리며 가슴이 두 방망이질 치기 시작하였다

내 전화기를 확인해 보니 내게도 똑같은 메세지가 새벽 1:35분에 들어와 있었다

바로 남동생에게 전화를 해보니 전원이 꺼져 있었다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하였다

올케에게 전화를 하니 자다 깬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이런 상황을 얘길 하니 올케도 놀래서 어쩔 줄을 몰라 한다

그러면서 12시쯤 통화를 했었다 한다

내일 새벽에 일찍 나가야 하니 남양주인 집이 너무 멀어 인천의 찜질방에서 잔다고

했다는.....

 

올케와 전화를 끊고 급한 마음에 119로 신고를 했다

이런 상황을 얘길 하는데 눈물이 쏟아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제발 아무 일만 없기를.....

그때가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119대원들이 마지막 발신지를 중심으로

찾는데 신고자로부터 찾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 수 없으니

난감하다는 말만 한다 나 역시 난감하다는 그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러며 112에 또 신고를 하란다

즉시 112에 신고를 하니 인천의 경찰들에게서 확인 전화가 몇 번이나 오고

우리집에까지 관할 경찰이 찾아왔다

그때까지도 남동생의 소재 파악이 안 되니 속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요즘 TV나 매스컴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소식들이 많이 나오는지라

자꾸 불안감이 밀려 왔다

그런 일만 없기를 수없이 빌고 또 빌며 소식을 기다렸다

 

그래도 경찰의 정보망이 더 나은지 3시가 훨씬 넘은 시간에

소재 파악이 됐다는 전화가 왔다 남동생에게 다시 전화를 하니

신호는 가는데 받지를 않았다

다행이다 싶었다 우선 신상에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지 싶어서....

 

 

드디어 동생을 찾았다는 경찰에게서 또 내게 전화가 왔다

나와 통화를 하게 하려는데 한사코 거부한다며 경찰이 일단 파출소로

함께 데리고 가겠다고 한다

술을 마셨는가 물어보니 술은 안 마셨다고 하며 파출소로 데려가서

대화를 나누며 안정을 시켜야 겠다고 한다

그 얘길 듣고 나서야 비로소 조금 마음이 놓였다

 

5:57분에 경찰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자꾸 나가겠다는 동생을 그냥 보낼 수 없어 자살예방센터에 전화를 해

상담을 받게 하고서야  집에 가겠다는 동생이 전철 첫 차를 타고 가는 걸 보고서

연락하는 거라 하였다

올케에게도 이런 상황 얘길 해주고 잠도 못 자고 속을 태우고 있을

언니에게도 문자를 보냈다

이제 눈 좀 붙이라고.....

 

누나만 넷인 남동생이 의논할 사람도 없이 얼마나 고민을 하다

이런 몹쓸 생각까지 했나 싶으니 마음은 천근만근에 두 어깨가 짓누르듯

아파 날이 훤히 새도록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살다 보면, 또 사업을 하다 보면 위기 안 겪는 사람이 없을텐데

여자 형제들 속에서 자라나 마음이 여린 편이라 사업 체질이 아닌 남동생이

제발 앞으론 이런 약한 마음 먹지 말고 그저 숨만 쉬면 되니

이 위기를 슬기롭게 잘 넘겨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