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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친절


BY 매실 2014-05-20

네팔에서 근로자로 온 친구가 교회에서 큰 행사를 치르고 하루 일과를 다 끝내고 나니

피곤했던지 우리집 방향인 친구말고 반대방향으로 가는 자기도 태워달라고 응석을 부렸다.

 

늦은 시간이라 나도 피곤해서 그냥 웃음으로 흘려넘기려고 했는데

요즘 유행하는 \'앙대요\' 이걸 어찌나 귀엽게 하는지

평소에 외국인들의 맏형노릇을 하는 점잖은 친구였던지라

그게 너무 웃겨서 못 이기는 척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오죽하면 저럴까 싶기도 했고. 내가 조금만 수고를 하면 저 친구가 행복해질텐데 싶어서...

 

그랬더니 너무 신나하면서 장을 보고-버스를 타고 가게 되면 무거워서 장을 안 보는데

일주일 먹을 장을 보고 싶어서 더 떼를 썼던 것같기도 하다-

고맙다고 연신 머리를 조아리더니 자기가 서울에 갔을 때도 어떤 친절한 사람을 만났다고

자랑을 했다.

 

주야 교대근무로 바쁘고 힘든 일과 중에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고향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게 큰 낙인데 처음 가는 곳이라 힘들게 찾아갔단다.

전철을 한 번만 타면 괜찮은데 여러번 갈아타야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갈아타기는 한국인인 나도 어려우니...

 

그런데 올 때는 더 힘들더란다.

그래서 어떤 젊은이를 붙잡고 \"제가 네팔에서 왔어요.

친구 만나려고 여기에 왔다가 양주에 가야되는데 처음이라서

길을 모르겠어요.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했더니 잘 알려주더란다.

 

그래서 찾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그 사람이 다시 달려오더니

자기가 10분 정도는 시간이 있으니까 같이 가주겠다면서 갈아타는 곳까지 15분을 함께

걸어서 끝까지 데려다주었단다.

유난히 걷는 거리가 멀었던 역인가보다.

\"그 사람도 믿는 친구같은데 너무 감사해서 마음으로부터 진심으로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했어요\" 한다. 이 친구 인사도 참 이쁘게 잘 한다.ㅎ 저절로 도와주고싶게.

 

그 청년이 누군지 모르지만 정말 칭찬해주고싶다.

자기 갈 길이 바빴을텐데 겨우 10분간 시간이 남는다고, 아무래도 외국인이 잘 못 찾아갈 것같아서

걱정돼서 함께 가준다고 했다니..

 

\"그 분 아니었으면 집에 못 왔어요\"

\"아이구 그러게요. 그 분 아니었으면 아직도 못 왔을 뻔했네. 큰일 날 뻔했네\" 했더니

깔깔 웃는다.

 

그렇게 베푼 작은(?) 친절이 이 외국인 친구에게는 얼마나 감동스럽게 기억에 남을지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