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내내 기분이 찜찜하다.
조용하게 물러 나오는게 아니었는데....
오늘은 우리 부부의 쉬는 날이었다.
비가 와서 멀리는 못 나가고 집 근처에서 자질구레한 일을 봤다.
그러다보니 점심 때가 되었고
가까운 중국집에 가서 쟁반짜장을 시켰다.
둘이서 다 먹기에는 좀 부담스러울 정도로 양이 많았는데
면발은 다소 풀어졌지만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문제는 해물이었다.
새우니 오징어 쭈구미까지 올라 온 것은 그렇다치고
꽃게가 신선도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빛깔이 영 아니게 보였다.
내가 해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남편이 내 접시에 꽃게를 밀어줬다.
기분이 안 내키길레 안 먹겠다고 하니
남편이 아깝다며 꽃게를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순간적으로 얼굴색이 확 바뀌며 도로 뱉어냈다.
꽃게가 상해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것이었다.
주인 아줌마가 지나가길레 꽃게가 상한 것 같다고 하니
묵묵부답.
미안하다 죄송하다 말 한마디 안한다.
계산을 할 때도 꿀먹은 벙어리로 일관했다.
음식값을 고스란히 다 주고 나오는데도 미안하다 말 한마디 안하는
그 중국집을 조용히 나온 우리가 바본가?
제값주고 음식 사 먹으면서 상한 음식에 대해
정당한 권리도 못 찼고 큰소리 한번 안 내고 돌아 온 기분이 영 얹잖다.
그리도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음식점을 한단 말인지?
음식을 만든 사람은 주재료가 상한 정도를 알았을 것이다.
조금 이상한게 아니라 꽃게살이 흐물텅 거릴 정도로 상한 걸
짜장에 대충 버무려 쟁반짜장의 고명으로 올려 내다니....
고의가 아니고 실수였다면 사과를 할 일이고
음식점을 오래 하려면 고객관리를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될 일이다.
식중독에라도 걸리면 그 감당을 어찌하려고 그렇게 간 큰 일을 했을까 싶다.
차라리 그런 꽃게는 손님 상에 안 냈더라면 좋았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