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사망 시 디지털 기록을 어떻게 처리 했으면 좋겠는지 말씀해 주세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918

할머니의 지혜창고(26) 나이들수록 가꾸어야지!


BY 남상순 2014-02-21

머리 단장을 한지가 너무도 오래되었다.

그동안 내가 혼자서 뒷거울도 없이 앞 거울만 보고 바느질 가위로 석둑석둑 머리카락을 잘랐다.

뒤통수에 머리카락 늘어지면 괴로워서 뒷 머리만 손에 잡히는대로 자른 셈이다.

그리고 머리 염색약을 며느리가 사주어서 집에서 20분만에 해결하곤 했다. 

 

어느날 남편이 처음으로 입을 떼었다.

\"나이 들었다고 너무 포기하지 말아. 나이들수록 더 가꾸어야 하는게 아닐까?\" 라고 말했다.

자존심이 조금 상했지만 그간 내가 너무 포기하고 살아온 세월이 노추에 이른 모양이다.

아무리 환자의 보호자로 살아도 조금은 신경을 썼어야 했던  것 같다.

그래도 하루 아침에 마음 다잡아 먹고 가꾸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여자랑 집은 가꾸기 달렸다\'는 말이 나온 모양이다.

 

이번 3월2일 큰 행사가 있어서 약간의 손님들도 오시는데 나 좋다고 버틸수가 없었다.

오늘 드디어 머리 손질을 하기로 작심하고 며느리를 따라 나섰다.

며느리가 중학교 1학년 들어갈 때 머리단장을 하던 미용실인데

그 중학생이 시집가서 그녀의 딸이 고등학생이 되었건만 아직도 단골이다. 

그곳으로 시어머니인 나를 데리고 갔다.

 

며느리가 운전하면서 \"어머니가 그동안 저를 데리고 다니셨는데 제가 어머니를 모시게되었네요\"

만감이 교차한다. 세월이 많이 흘렀고 며느리가 우리집 사람이 된지도 15년이 흘렀다.

 

11시에 예약을 하고 시작한 머리손질이 오후 4시에 끝났으니 자그만치 5시간을 미용실에서 지냈다.

나로서는 너무도 힘겨운 시간이었다. 그러니 모양내기도 보통 힘든게 아니다.

샴프만 도대체 몇번을 하는지 중화제도 세번을 바르고 아이롱 파마 비슷한건지?

좌우간 머리 손질 잘 할 줄 모른다고 했더니 머리 감고 드라이 안해도 된다나?

 

우와...지루한 시간을 마치고 나올려니 며느리가 돈을 지불하고 갔다고 한다.

그것도 거금이었다. 머리 파마하고 염색하는데 어쩜 이렇게 비싼가? 

며느리가 돈을 내준 기분 기분, 거 참 묘하다 자그만치 17만원 (일이 있어 며느리는 먼저 갔다)

전화로 나무랬더니 처음으로 미용실에 모시고 갔는데 자기가 내고 싶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명절에 세뱃돈을 안 받고 용돈을 주는것도 마음이 절인데

며느리가 파마를 해주다니 이거 참, 내가 이제 자식들에게 효도를 받을 나이가 되다니

며느리 자랑이 되었지만, 세월이 무상이고 자식들의 효도는 기분이 묘하다

좋기도 하고 저리기도 하다.  어떤이는 자식들이 주는 돈은 손이 아프다고 하던가?

 

아직은 내가 자식들 보다 더 부자라고 생각하고 있고  부양가족도 있는 아들이 안쓰럽기만 한데

부모에게 효도까지 해야하는 사이세대인 자식들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효도하면 받을 것이다.

그래야 먼 훗날 자기 자식들에게도 효도 받을테니까

효도하는 가문에서 효도하는 자식이 나오질 않겠는가?

 

남편이 데릴러 와서 함께 차를 타고 오면서 남의 부인 같다나?

자기 아내는 어디로 갔는지? 찾고 있다나

 

머리손질 한번에 17만원 든다는 것이 남편은 전혀 이해가 안간다고 한다. 

로얄호텔에서 15000원에 머리 깍다가 비싸다고 동네 남성미용실에서 6000원에

이발하고 들어오는 알뜰한 남편은 17만원이면 28번 머리 손질할 금액이니

2년 동안 머리 손질할 돈을 단 한번에 날리는 여자들에 대해 이해가 될리가 없다.

 

\"나이 들었다고 너무 포기하지 말아.

나이들수록 더 가꾸어야 하는게 아닐까?\" 라고 말했던 것을

지금쯤 마음으로 무척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