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요-심수봉
죽도록 사랑하면서 두번 다시 만나지 못해
보고싶단 말도 한마디 전하지 못한채
세월은 자꾸 변해만 가는데
잊으려고 애를 써도 못잊고
술잔을 붙잡고 사랑의 노래를 붙잡고
남자 남자 남자의 눈물이 미워요
따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요
언젠가는 찾아주겠죠 산 넘고 바다 건너
어젯밤 꿈에 당신을 보았죠
다시 한번 뜨겁게 사랑해주던
마지막 그 모습이 오늘밤 또 나를 울리네
남자 남자 남자의 작별이 미워요
바보같은 여자랍니다 단한번의 추억만을 간직한
그래도 당신만이 당신만이 사랑이에요
남자 남자 남자의 약속이 미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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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갑상선암 3기 수술을 하고 나는 목소리를 잃었었다.
시낭송하는 사람에게 나오지 않는 목소리는 치명적인 아픔이었다.
목소리가 나와도 쇳소리가 나와 도저히 예전의 목소리를 찾기 어려웠다.
혼자서 시낭송을 연습하면서 울기도 하고
자꾸 자신을 잃어갔다.
시낭송 의뢰가 들어와도 거절하면서 의기소침해지고 있을 때
남편이 노래를 배워보라고 권했다.
마이크 앞에서 눈물짓는 아내의 모습이 안타까웠나보다.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실은 박치였기에 두려움이 컸다.
그러나 남편은 가수가 되려는 것도 아니고 목소리를 틔우기 위해서니까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한밭대학교에서 평생교육원 노래지도사반을 등록하게 되었다.
등록하고 몇 번인가 좌절했었다.
옆 사람들은 그렇게 노래를 잘하는데 나는 음키도 최대한 낮춰야 했고
또 직장을 다니면서 월 수 이틀을 다니면서 노래한다는게 힘들었다.
두시간 동안 노래를 부르면 집에 오는 길에는 아예 목소리가 나오지도 않았다.
더구나 일요일은 두시간 강의하는 것이 있어서 목소리는 그야말로
성할 날이 없었다.
그런 내게 교수님은 늘 응원하셨다.
노래하는 선이 곱다고 하셨다.
목소리만 잘 나오면 얼마든지 노래를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용기를 주셨다.
그렇게 헤메였는데
이번주 드디어 졸업콘서트가 다가오고 있다.
내가 부를 노래는 심수봉의 미워요.
원래 시낭송을 해서 애절한 노래가 맞다고 교수님이 추천해 주신 노래다.
그런데 ...영 잘 불러지지 않아 고민이다.
졸업콘서트를 앞두고 이미지 사진을 찍었다.
수상한 그녀 영화처럼 청춘사진관을 다녀온 기분이다.
뽀샵처리가 이렇게 나를 변신시켰다.
와 우리마누라 이쁘네...
남편의 문자가 나를 웃겼다.
나는 그날 남편이 보는 앞에서 노래를 부를 것이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눈물 흘리던 아내를 안타까워하던 남편 앞에서
열심히 노래 한곡을 부를 예정이다.
아직도 고음처리가 불안하지만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다.
나는 또 하나의 자격증이 생긴다.
노래지도사..즉 노래강사를 할 수 있는 자격증이다.
이렇게 일주일에 두번 씩,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학교를 오가며 색다른 경험을 즐겼다.
노래강사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만큼이라도 목소리가 나온다는게 신기하다.
그날 물론 시낭송도 할 예정이다.
교수님이 시낭송가의 특혜를 주신 것이다.
노래가 좀 부족하니 시낭송으로 대신 하라는 뜻이신 줄 안다.
설렌다.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
내 목소리를 조금씩 찾아간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