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봄이 올것 같다.
오산에 돌아오니 할 일은 많지만 생각뿐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세탁기도 고장이고 TV도 고장이고 밥솥도 밥을 해주지 않는다.
겨우 내내 켜지 않아서 데모들을 하는것 같다.
보이라를 켜지 않는 집에서 가전제품이 얼수도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수명이 다 된 가전제품들이라 그런 모양이다.
나는 수명이 얼마나 남았을까..갑자기 생각이 그런 방향으로 옮겨 앉는다.
며칠전 당산동에 다녀왔다.
\"언니 그동안 힘들었지? 속 터지는 일이 많았을거야.\"
\'그런거지머.\"
\"그래도 고모니까 어쩌겠어.\"
\"그러게.\"
말을 아끼기로 한다.
괜한 말로 공을 삭감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미 지난 일이다.
\"그동안 우리 없는 동안에 너무 너무 수고 많았어요.\"
이서방이 내게 고마웠다고 말한다.
이서방은 나이가 드니 다리를 더 저는것 같다.
한쪽 다리가 짧은것을 신체검사에서 알았다고 했다.
고모는 기분이 조금 가라앉아 보인다.
부엌을 설치시다가 무안을 당하셨단다.
이제 딸이 왔으니 내가 있을때와 달라진것을 미처 감지하지 못하신게다.
나는 아무말 못했지만 딸은 지적을 하게 마련이다.
\"이모덕분에 할머니가 많이 좋아지셨어요.\"
\"나한테 사랑받았으니까.\"
내 말에 조카가 소리내어 웃었다.
조카 부부는 카이스트 출신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 가족이다.
\"율리는 이모 할머니가 안보여서 방마다 찾아다녔어요.\"
\"율리야 이모 할머니 오셨네.\"
조카 사위가 율리에게 귓속말을 한다.
윤하보다 오개월 아래인 율리는 나를 보자 달려와 안겼다.
\"율리야. 우리 오랫만이지?\"
율리는 알아들을수 없는 수다로 쫑알거리며 대답을 한다.
\"일주일에 한번씩만 와서 반찬을 좀 만들어 주지 않겠니. 올때마다 내가 십만원씩 줄게.
한달에 사십만원이면 괜찮지 않겠어? 파출부 안오는 목요일에 오면 좋겠어. 이제 아줌마
반찬은 못먹겠어.\"
\"그럴게요.\"
삼월부터 당산동 요리사로 취직을 하게 된셈이다.
부자 고모가 있어서 다행이다.
예전에 큰고모와 막내 고모가 못살아서 그 식구들이 모두 당산동 고모네로 와서
신세를 지곤 했던 일이 있었다.
고모가 할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가난한 딸네 식구들에게 먹거리를 나누어 주시느라고 고모와
싱겡이를 많이 했었다.
베푸는 사람은 끝없이 베풀어야하고 받는 사람은 항상 허기 지기 마련이다.
해서 지금도 자기것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피해의식이 작동을 하는것 같다.
누구나 다 자기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임대아파트는 언제쯤이나 입주를 하게 될까.
주택공사에 전화를 해보았지만 그건 주택공사도 모른단다.
2009년에 입주한 오산 세교 금암마을 7단지라는 사실만 일러주었다.
이사 나가는 세대는 왜 나가는걸까.
많이 나갈수록 내 순번이 빨리 오니까 이유가 어떠하든 많이들 나갔으면 좋겠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제법 그럴듯한 아파트 단지모습에 흐믓했다.
기다리지머...
조금씩 하나씩 해결이 되어가고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단지 아이들 문제만 가슴이 아프다.
잘 살아주면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