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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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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해방이다!!!


BY 시냇물 2014-01-04

일주일간 우리 집에 와있던 두 손녀가 어제, 오늘로 자기들 집으로 돌아갔다 

휴, 이제사 비로소 우리집은 보육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왔다 ㅎㅎ

 

지난 30일부터 일주일간이 어린이집 방학이라 두 딸램이 일을 하니

손녀를 맡길 데가 여의치 않아 우리집으로 둘을 데려 온것이다

 

이제 새해를 맞아 5살, 4살이 되었으니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놀아주는 게

결코 만만치가 않았다

이렇게 둘이 한꺼번에 와 있기는 처음이라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하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곧잘 놀다가도 티격태격 울음보가 터지기 일쑤다

 

작은 손녀는 어찌나 큰손녀 바라기인지 뭐든지 큰손녀가 하는대로

따라 하다가도 자기 마음에 안 들면 금방

\"지효 언니 미워!\"하며 언니를 때리질 않나, 또 큰손녀는 큰손녀대로

자기가 안 갖고 놀다가도 작은 손녀가 자기 것을 갖고 놀면 냅다 뺏으니

안 뺏길려 밀고 당기다 급기야 울음이 터지니 둘 말리랴,

우는 녀석 달래랴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또 서재방에 있던 의자를 거실로 끌고 나와 둘이 앉아서는

나보고 밀어 달라며 잠의 나라, 꿈의 나라로 보내 달라고 한다

지난 번 왔을 때 둘을 의자에 앉혀 놓고 돌려주며

\"잠의 나라, 꿈의 나라로 갑니다!\"

하면서 재미나게 해준 기억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둘이서 할머니를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을 얼마나 벌이는지

작은 녀석을 안으면 큰손녀 역시 내 등에 매달려 안 떨어지니

둘을 안고 일어서는 건 강단이 있는 내 체력으로도 힘에 부치는 일이다

그것도 모르는 두 녀석은 내게 매달려 서로 안 떨어지려 하니

웃음이 나오면서도 힘이 든다

나보고 \"할머니, 일어나!\"하는데 나도 일어나고 싶지만

두 손녀 매달고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으니 이런 내 맘을 알란가?

곁에서 지켜 보던 남편도 거들려 한 녀석과 놀아주는데

할머니를 더 좋아하니 나하고만 놀자고 하는지라

온집안은 장난감으로 어지럽고, 주방에 설겆이도 쌓여 있는데

자기들과 놀아만 주라니 대략난감!!

 

그래서 \"손주는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우스개 소리가 생겼나 보다

 

밤에 잘 때는 안방에 자리를 깔고 남편과 내 사이에 한 명

또 내 옆에 한 명을 눕히고 토닥거리노라면 어느새 새근새근 꿈나라로

향한 모습을 보면 하룻동안 힘들었던 건 저멀리 사라지고

천사같은 그 고운 모습을 바라 보기만 해도 마음이 흐뭇해진다

 

이제 5살이 되어 3월부터 유치원을 다니는 큰손녀는 말귀를 알아 들으니

엄마와 떨어질 때도 염려했던 것보다는 수월하게 선선히 안녕을 하였지만

막상 해가 지고 저녁때가 되면 생각은 온통 엄마뿐인지

\"할머니, 엄마 언제 와요?\"하며 몇 번이나 묻는다

그럴때면 엄마와 통화를 하게 해주면서 안심을 시키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안심을 하곤 신나게 뛰어 논다

쉴새없이 뛰고, 놀이를 함께 하자며 나를 괴롭히는(?) 두 손녀와 나도

함께 놀다 보면 까르르 까르르 터지는 손녀들의 웃음 소리가 온 집안을

들썩이게 하여 비록 집안은 난장판이어도 해맑은 아이들 웃음소리에

겨울 추위쯤은 다 사라지는 것만 같다

남편과 둘이 있을 땐 잘 높이지도 않던 거실 온도도 두 손녀 행여 감기라도 들세라

잔뜩 올려 놓고 훈훈하게 해놓으니 두 녀석은 거실이 좁아라고 잘 논다

 

에휴, 그래도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두 손녀를 안고 업고, 하는 일은

자꾸 힘이 딸린다

쉴 틈도 주지 않는 두 손녀와 행복하지만 힘들었던 일주일이

어느새 다 지나고 어제 작은손녀가 집으로 가자

잘 때는 옆이 허전한 게 눈에서 손녀의 모습이 다시 아른거린다

 

큰손녀는 자기 엄마, 아빠가 안 오자 약간 실망한 기색이지만

그래도 기죽지 않으려 씩씩하게 행동하며 어른들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아침에 눈을 뜬 큰손녀는 더 엄마 생각이 났는지 조금은 시무룩하여

또 엄마가 언제 오냐고 묻는다

기분을 풀어 주고, 만화 영화를 보여주며 함께 놀아주니 어느새

또 신나게 재잘댄다

점심 때쯤 자기 엄마, 아빠가 도착을 하니 뛸듯이 기뻐하며

얼굴에 함박웃음을 머금고 아빠 품에 포옥 안긴다

 

점심을 먹은 후 집으로 돌아가려 계단을 내려가니 신이 나서

주차장으로 달려간다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안녕을 몇 번이나 하며 마침내 큰손녀도

집으로 돌아가고 나니 갑자기 집안이 조용하여 또 두 손녀가

그리워진다

 

하하, 나도 고슴도치 할머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