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는 다섯시 삼십분이다.
종일 끝없이 옛날 이야기를 하시는 고모를 저녁 일곱시엔 각자의 방으로 헤어지자고 제안하는 일이 처음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녁 기도를 각자 하자구,.\"
그렇게 고모를 방으로 밀어 보낸다,.
고모의 묵주기도는 한시간 이상인것을 알기때문이다.
TV를 좋아하시지 않기때문에 아예 TV는 켜지 않는다,.
아쉬운 고모님은 언니에게 말씀하신다.
\"우린 각자 방문 닫고 지낸단다.\"
어제는 갑자기 고모의 사돈이 방문 했다.
파출부 아줌마와 급히 국을 끓이고 된장찌게와 무나물과 오이 나물에 고기를 굽고 두부를 졸이고 나박김치와
깍두기를 내어 놓으니 그런대로 한상 차려졌다.
그 와중에도 배우겠다고 바싹 다가 서 있는 아줌마는 배우고 싶은 욕망이 강한 사람이다.
강습료로 쪼코렛을 가지고 오기도 했다.
중국 사람들이 이렇게 적극적이니 우리네 한국 사람들이 밀릴것 같다.
그제는 만 육십육세의 생일이었다.
아이들이 요즘 부부사이가 별로 좋지 않아서 내 생일은 그만 두라고 말했다,.
효도란 생일을 차려주는 것이 아니라 둘이 의좋게 사는것이다,
이혼한 부모가 할 말이 없는것이 아쉽다.
가정을 지키지 못하였으니 가르칠것이 없다.
윤지가 색종이로 금붕어를 만들어 생일선물로 주어서 잘 간직했다.
\"내일이 할머니 생일이니까 생일 선물 준비했어요. 금붕어가 할머니 별명이라고 아빠가 가르쳐줘서
금붕어 만들었어,.\"
금붕어가 별명이던 아마득한 옛일이 생각났다.
그때는 참으로 젊고 활기찼었지...
\"자손들 잘 살라고 고모는 열심히 기도 하고 있는거예요?\"
\"왜 넌 나보고만 기도를 하라고 하는데?\"
고령에도 불구하고 농담을 잘 알아들으시니 재미있다.
\"넌 어릴적부터 나를 따라다니더니 끝까지 내 곁에 있어주는구나. 조카가 많아도 네가 제일로
가까이 느껴져,\"
\"그럼 당연히 그래야지.\"
\"내참.. 추켜주었더니 잘난체하긴...\'
오늘부터 한파가 밀어닦친다는 예보가 있었다.
이 겨울에 따스한 아파트에서 지내게되었으니 다른 불평은 하지 말아야겠다.
임대아파트에 낙방을 먹고 나니 좀 막막하다,
나보다 가난한 사람이 더 있다는 말인지...
일월 이십삼일에 또하나 발표할것이 남았으니 기다려보긴 해야겠다.
만약에 그것도 낙방이 되면 서울 아이들 근처로 이사를 갈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서울 갈 여유가 생길지는 모르겠지만...